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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엄마라는 병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전 포트리고교 교사

우리 집안에는 유난히 7월 생일이 많다. 언니·오빠·아들·조카 그리고 지금은 곁에 안 계신 엄마의 생일까지. 명절마다 몹시도 그리운 엄마, 생신이 들어있는 7월이 되니 더욱 보고 싶다. 엄마 계실 때 태어난 손녀 엘레노어, 요즘 눈뜨면서부터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한창 말을 배운다. 또 우주 소년 아톰을 닮은 귀여운 번개 돌이챨스까지, 손주 아가들이 예쁜 짓을 할 때마다 아주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어 나는 몸살이 난다.

엄마라는 존재는 하나님이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주신 천사라고 하지. 사랑이라는 말과 가장 많이 닮아있는 이 엄마라는 단어는 그래서 들을 때마다 눈가를 촉촉하게 한다. 자식을 향한, 그 늘 아리고 힘든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정신병이다. 앗, 나보고 정신병자라니. 많은 엄마의 황당한 얼굴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내 말이 아니다.

작년에, 우연히 ‘Hustlers’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뉴욕 유명 나이트클럽 허슬러를 배경으로 한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라는 영화의 여주인공 콘스탄스 우는 처음에는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나중에는 우연히 임신하게 된 딸과의 생계를 위해 스트리퍼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거기에서 그 세계의 거물이자 또한 딸 하나를 키우는 싱글맘 제니퍼 로페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나중에 이들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클럽이 어려워지자 월가의 남자들을 술과 마약으로 취하게 한 후 크레딧카드로 돈을 빼내다가 경찰에 걸리게 되는 일종의 범죄 영화이다.

엄청난 노출신에다가 사기성 범죄 내용이 담긴 영화였지만, 왠지 영화 내내 나의 초점은 이들 스트리퍼 언니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싱글맘으로서의 헌신적 모성애였다. 영화가 끝나고도 내 머릿속에는 제니퍼 로페즈가 콘스탄스 우에게 한숨을 쉬며 한 이 말이 맴돌았으니 말이다. “Motherhood is a mental illness(모성애는 정신병이야).”



내가 상담하는 엄마들, 대부분이 아이들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겼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들은 아이들보다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아이를 상담하다, 엄마까지 상담하게 된다. 원래 가족 두 명을 함께 상담하지 않는 법인데, 나에게는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긴다. 아이들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수 없는 감정의 오르내림을 경험해야 하는 이 엄마라는 병, 정말 원죄 같기도정신병 같기도 하다.

영화 이야기한 김에 하나 더. 2009년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가 있다. 많이 모자라는 역할로 나오면서도 그 잘생김은 여전히 숨길 수 없었다는 원빈, 그 엄마 역을 맡은 주인공 김혜자씨와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로 국내 국외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런데 극찬을 받은 이 영화의 예술성보다도, 나에게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것은 대사 한 마디이다. 영화 속 엄마는, 정신적으로 박약한 아들이 동네 여학생의 살인자로 몰리자, 직접 범인을 찾아 행동에 나서게 되고 마침내 아들의 범죄사실을 알고 있는 듯한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이기까지 한다. 나중에 아들이 풀려나고 대신 감옥에 들어가게 된 연고자가 없는 아이를 찾아가 엄마(김혜자 분)는 묻는다. “넌 엄마 없니?”

엄마는 그런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는 머더까지 하는 마더. 물론 그래서는 안 된다. 범죄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엄마라는 병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픈 사람과 엄마 없는 사람이라고. 어려서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이 나중에 살면서 경계선 성격 장애나 분리불안 같은 힘든 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자주 본다. 물론 엄마 역할을 대신 잘 감당해준 아빠나 조부모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요즘 가슴 아픈 대상에 노인도 추가했다. 코로나로 하도 노인들이 돌아가셔서. 늙어간다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닌 것 같다.

자식들의 영원한 치어리더, 엄마들은 힘들다. 지난주에도 20대 자녀 일로 힘들어서 너무 우울해진 엄마를 상담하며 나는 말했다. “아이는 젊어요. 지금의 실수와 방황을 통해 인생을 배울 거에요. 그 아이 앞에는 창창한 인생이 놓여있어요. 나이 들어가는 엄마의 정신건강과 신체적 건강을 챙기셔야 합니다. 아이 걱정만 하지 말고, 본인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세요. 마스크 끼고 친구도 만나고, 아웃도어지만 식당 가서 맛있는 음식도 드세요. 집에서 재밌는 드라마, 영화도 보고, 동네나 공원도 걷고,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일들을 하세요. 좀 이기적이 되세요. 아직 젊은 우리 아이들보다, 나이 들어 가는 우리 엄마들이 더 불쌍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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