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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교황과 여왕…‘홈메이드’ 영화의 상상력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난다. 그 사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의 봉쇄령이 내려지고, 두 사람은 바깥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함께 지내게 된다. 본래 구중궁궐에 격리되다시피 살아왔기 때문일까. 이런 와중에도 여왕과 교황은 비교적 평온하다.

물론 평소 보지 못한 모습도 있다. 대중 앞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성적인 뉘앙스의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실제 교황이나 여왕을 각각 모델로 삼은 영화 ‘두 교황’과 드라마 ‘더 크라운’을 넷플릭스로 보기도 한다.

이는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만든 단편 영화다. 세계적으로 꽤 이름난 감독이지만 이번 단편은 로마의 자기 집에서 온 가족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여왕과 교황 역할로는 배우 대신 움직이지 않는 인형을 등장시키고 목소리만 입히는 방법을 썼다.

넷플릭스는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감독 17명이 격리상태 등에서 각자 만든 단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며 ‘홈메이드’라는 제목을 붙였다. 실제 제작과정도 홈메이드, 즉 대개 집 안팎에서 촬영한 것이 상당수다. 출연진 역시 감독의 어린 자녀를 비롯해 가족이 동원된 경우가 여럿이다. 자연히 만듦새가 대체로 소박하다.



그런데도 몇몇 작품에서는 상상력과 재치가 번득인다. 독일 감독 제바스티안 시퍼의 단편도 재미있다. 집안에 격리된 채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와중에 뜻밖에 동거인이 늘어나는 모습을 단 한 명의 출연자, 그것도 감독 자신이 직접 연기하며 연출해낸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7편의 단편 중 마지막 편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내레이션을 통해 예술의 효용에 대한 생각의 실마리를 전하기도 한다. 거칠게 옮기자면 예술은 ‘관점’의 문제이고, 팬데믹 이후 크게 달라진 새로운 일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는 것 역시 예술가의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생존의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누구보다도 감독들, 재난영화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실제 재난과 그 여파로 영화산업이 일시 정지된 듯한 상황에 직면해 무력감을 느꼈을 창작자들 스스로를 위한 얘기일 수 있다.

‘홈메이드’의 단편 중에는 한국 감독 작품은 없다. 굳이 섭섭하게 느낄 일은 아니다. 매일 확진자 숫자만 봐도 한국의 상황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 영화산업도 그렇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반도’ ‘강철비2’ 등 굵직한 국산 신작이 줄이어 개봉하는 중이다. 예술의 효용, 오락의 효용이 모두 필요한 시대다.


이후남 / 한국중앙일보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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