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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코로나로 잃어버린 일상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이라고 사전은 풀이한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왠지 무미건조하다. 일상은 각별히 특별할 것이 없이 되풀이 되어 당연히 여기는 매일의 생활이다. 늘 되풀이되는 생활 속에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 탓에 따분한 일상, 지루한 일상, 소소한 일상이라며 무심코 일상에 다른 말을 붙여 본다.

매일 똑같아서 따분하고 지루하며 바쁜 생활이 몇 달 동안 멈춰섰다. 집에서 컴퓨터 하나로 일을 하는 아들은 사무실에 나가지 못해서 발병이 났다. 한숨을 쉬면서 코로나19가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왜 나오지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이 대단하다. 옷 갈아 입을 필요도 없고 버스나 지하철 열차를 우두커니 서서 기다릴 일 없고 보스 눈치 볼 일 없어 천국에서 일하고 은행계좌로 돈이 들어오는데 무슨 불만인가 했더니 넘쳐나는 힘을 저지할 수 있는 무슨 또 다른 것이 있어야 살맛이 나는 모양이다.

가게 문을 열어 봤자 손으로 세기도 쉬운 사람들이 그 긴 시간을 메운다. 지루해도 하품조차 나오지 않는다. 일주일에 며칠 시간 내어 손자 녀석을 돌본다. 3살 반짜리 남자 아이다.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놀아주어야 한다. 축구를 해도 공이 멀리 달아나면 찾으러 가지 않고 할머니가 찾아오라고 가만히 서 있다. 공을 차는 것은 좋아해도 뛰어다니며 공을 찾아오는 것은 할머니 차지. 축구, 야구, 테니스, 볼링, 차례대로 하자고 조른다. 도저히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어 물을 마시고 쉬었다 하자고 하면 울어 버린다.

뛰고 놀아도 에너지 고갈이 없다. 일상에서 벗어난 생활은 피곤하다.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이 손자가 나를 필요로 하지 다 커버리면 할머니가 놀자고 졸라도 모르는 척해 버릴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하자는 대로 놀아주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뉴스 켜 놓고 잠들어 버린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마라톤 연습을 나갔다. 10마일 예정이다. 5마일쯤 달리면서 생각하니 마라톤이 취소되었는데 연습을 하면 뭐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미치니 연습이 싫어졌다. 싫증이 나서 걸었다. 몸이 굳어 버리면 내년에는 연습을 두 배로 해야 할 것 같았다. 마라톤 연습도 내 일상이었는데 반듯한 선에서 기울어졌다. 기울어진 마음 상태를 곧바로 세우기는 어렵다.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워도 목적이 있으면 달성하려고 전력투구를 한다.

우리는 숨을 쉬고 산다. 마실 때는 사는 것이어서 공기를 마시고 내쉴 때마다 삶과 죽음이 무수히 되풀이된다. 내쉬는 숨이나 마시는 숨은 모두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다. 어제 내쉬다가 내일 마시면 뭐 하나 이미 죽은 것인데. 살아있는 내가 지금의 저기에 있거나 어제에 있으면 나는 이미 죽은 것이다. 일상은 이런 것이다. 일상은 늘 숨쉬는 것이니 각별히 특별할 것도 없다고 느끼다가 의식하고 보니 내가 숨을 쉬고 있다고 알게 되는 것과 똑같다.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잘 와야 하고 늘 만나던 사람과 변함없이 내일도 다시 만나야 한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일상이 사라지니 매일매일 해 보려는 일도 의식적으로 애쓸 일도 없어졌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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