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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뉴노멀(New Normal)의 불편

일주일에 서너 번 봐 왔던 10분 거리에 사는 손주 4명을 못 만난 채 3주가 지났다. 그리고 이 불편은 8월 말까지 계속될 듯하다. 이유는 자녀들의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딸이 300명의 아이들이 참가하는 관록있는 서머캠프에 아트 디렉터로 봉사하기 때문이다. 엄마 챈스로 4명의 자녀가 덤으로 캠프에 등록하면서 불특정 아이들과 접촉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에 노출될 것을 염려한 딸의 두 달 무대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에는 손주들과의 격의 없는 대면이 혹시 2차 감염을 일으켜 결혼 7년 만에 태어난 큰아들의 친손자나 병원 출입 및 일상의 잡다한 일에 도움이 필요한 면역력 약한 처부모님에게 혹시 감염의 빌미를 제공치 않을까 하는 방역심(放役心)도 한몫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어찌 보면 결혼 후 북부 뉴저지에 살다 부모 곁으로 이사해 온 딸에게나 줄줄이 태어난 손주들을 키우다시피 하며 무한 사랑을 쏟아온 입장에서 느닷없는 두 달 간의 비대면 선고는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었지만 그런대로 잘 지키고 있다. 대신 일주일에 두세 번 맛나는 음식을 만들어 뒷문을 통해 가만히 들이밀고는 화상통화를 통해 확인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뉴노멀이란 새 표준 또는 새로운 정상(定常)이란 의미다. 이 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고규제 금융이 급속하게 우리 생활에 접목되면서 생성된 얼떨떨한 경제 환경을 빗대어 미국의 벤처 투자가 로저 맥나미가 처음 제시한 후 채권운용사 핀코(Pinco)의 최고경영자 M.E. 에리언이 즐겨 사용하였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 COVID19로 인해 제대로 현실감을 챙기고 있다. 이제까지 인류는 역사와 문화·도덕적 가치와 판단의 기준을 주전(B.C)과 주후(A.D)로 관행적으로 나눴다면 앞으로는 Before Covid19(B.C)와 After Covid19 (A.C) 로 더 세분화하여 판단하고 규정 짓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지금 지구촌은 뉴노멀의 대변화에 직면 중이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뉴노멀을 강제하려는 주정부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몇몇 나라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법정에 세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몇 년 뒤에는 집집마다 출입구에 체온계를 비치하고 찾아오는 친인척의 이마 체온을 측정한 뒤 출입을 허락하는 진풍경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시대가 올 지 모른다.



이제 사람들의 경제 관념이나 소비 패턴도 뉴노멀로 설정된 가운데 암묵적으로 모든 것 위에 제일은 Healthcare(건강 및 방역)가 제고되고, 기술 발전의 지향점은 5G 같은 온라인(Online), 소통 형태는 무대면(Manless), 경제 활동(Economy)은 ‘집콕’이 되면서 산업과 문화가 홈(H.O.M.E )에 어울리게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 부부는 손주들로 인해 행복했다. 그들의 일상이 대부분 대화의 소재였고 웃음샘의 자극제였으며 때로는 지친 삶에 활력소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그런 것들조차 올드 노멀(Old Normal)이 될 수도 있다니 씁쓸하다. 그래서 오늘도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루빨리 완전하고 좋은 백신이 출시되어 구태여 뉴노멀(New Normal) 익숙이라는 고통의 짐을 지지 않도록 말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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