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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공정한 백신 공급의 정치학

김기흥 /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김기흥 /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LA중앙일보] 발행 2020/08/0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7/31 19:00

세상의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 창궐은 종말의 단편을 보여주었다. 치료약도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확산일로의 바이러스는 종말의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가 유일한 방어 무기가 된 지금, 곧 될 것 같은 백신 개발의 소식은 마치 희망고문처럼 들린다.

백신 개발이라는 드라마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서 우리와는 다른 이물질로 인식되는 '항원’이 그중 하나다.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의 존재를 알아내고 방어하는 방패 역할을 하는 ‘T 세포’가 두 번째 주인공이다. 심장 근처의 가슴샘(thymus)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T-세포라는 이름을 얻은 이 세포는 외부 침입자를 인식하고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서 없애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침입자를 공격해 없앤다고 드라마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은 침입자를 기억하고 다음 침입에 대비한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B세포’라 불리는 기억세포이다. 그리고 B세포는 침입자인 항원을 둘러싸고 감염력을 약화시키는 또 다른 주인공인 ‘항체’를 만든다. 마치 선과 악의 대립구도처럼 ‘항원’과 ‘항체’의 대립은 거대한 질병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이다.

백신은 인위적으로 이물질인 항원을 만들어 면역력을 형성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 200여개의 연구팀이 촌각을 다투어 경쟁하고 있다. 이 백신 경쟁에서 미국의 제약업체인 모더나,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과 제약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연합팀 그리고 중국의 바이오기업인 시노백이 가장 앞서고 있다. 백신 개발의 핵심은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항원을 만드는 것이다.

모더나의 경우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전령RNA를 직접 세포에 넣는 방식이지만 항체 생성이 제한적이다. 반면에 시노백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항원으로 사용하는 전통적 방법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 개발 속도가 늦다. 그리고 옥스퍼드 연구팀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감기바이러스에 끼워 간접적으로 세포에 넣는 방법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옥스퍼드의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것처럼 보인다. 최근 옥스퍼드팀은 1100명 규모의 임상 1과 2상에서 모두 중화항체의 생성에 성공한 뒤 연말까지 백신 개발을 자신하고 있다.

만일 예정대로 백신이 개발되면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의 승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과학의 열매를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몇몇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재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원칙은 시작부터 깨지고 있다. 이미 강대국들은 백신 확보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은 제약업체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한 우선 공급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영국도 옥스퍼드 백신 1억 병을 입도선매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류 전체를 위한 백신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휩쓸리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제 공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문제는 한꺼번에 전체 인구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물량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백신은 누구에게 먼저 제공될 것인가? 노약자나 기저질환자는 물론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 되는 인력을 선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당장 모두에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와 권력이라는 요인이 끼어들 수 없도록 공정한 배분방법이 필요하다. 의료 및 사회복지인력, 군인, 경찰, 교원, 우체부, 택배 종사자와 같이 사회의 기본적 기능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결정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정한 배분 방식을 찾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의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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