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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

영어로 부엉이를 ‘Hooter’라고도 부른다. ‘hoot hooooo’하는 울음소리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의 가슴을 ‘hoo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좀 창피한 기억이 있다.

조카가 티셔츠를 하나 선물했었다. ‘Hooters’라고 쓰인 주황색 글씨에, 부엉이가 그려져 있었다. 가운데 ‘OO’가 부엉이 눈이 되는 디자인이었다. 그 티셔츠를 한동안 즐겨 입었다. 학교 다니면서 수학 튜터로 많은 학생들을 만날 때였다. 질문이 있는 학생들이 테이블 위에 빨간 색 깃발을 꽂으면 튜터들이 돌아가며 찾아가서 답변을 해주었다.

부엉이 티셔츠를 입고 테이블 쪽으로 가면 학생들이 반색을 했다. 나와 눈을 맞추며 활짝 웃기까지 하길래 내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못 가르치는 튜터가 가면 학생들이 대놓고 싫은 표정을 하기도 하고, 때로 무례한 튜터들이 학생들과 언쟁을 하기도 해서 나름 인기 관리가 필요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과 친구 브래드가 할 말이 있다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날렸다. 내 옷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Hooters가 무슨 뜻인 줄 알고 있니?” 내가 모르는 자기들끼리 통하는 게 있나 보군….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쳐다봤다.



“알려줄 테니 내 부탁 하나 들어준다고 약속해. 너 다음 주 발표수업 할 때 꼭 그 티셔츠 입고 해 줘.”

보통 발표수업 할 때는 정장을 입는데 까짓것 티셔츠 입고 수업한다고 점수 깎이는 것도 아니니 별생각 없이 오케이했다.

“그게 말이야, ‘Hooters’라는 레스토랑 이름인데 그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는 가슴 큰 여자들만 뽑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야. 그래서 ‘breastaurant’라고 불리기도 해. ‘Hooter Girl’이라고 하면 섹스어필 이미지야. 가슴 작은 여자들 고용 안 한다고 고소 당하기도 했어.”

얼굴이 화끈거려서 당장 벗어던지고 싶었다. 이미 발표수업 때 입기로 약속까지 해서 없애버리지도 못했다.

발표수업 날 티셔츠를 카디건 속에 감춰 입고 학교를 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 쪽으로 걸어간 후 카디건을 벗자마자 같은 반 아이들이 책상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웃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 있었다. 중국인 교수는 영문을 모르고 계속 ‘무슨 일이야?’를 연발했다. 미국에서 40년 이상 산 분도 몰랐던 것이다.

‘후터스’ 레스토랑은 가끔 뉴스거리가 된다. 지난 4월에는 2013년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해고된 패린 존슨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노랑머리로 물들인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었다. 인종 차별이 해고 원인이었다는 것을 어떤 중재자가 알게 된 후 25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그 여성에게 지급했다.

요즘 심심찮게 ‘노랑머리 변호사’라는 글들을 읽게 된다. 우리는 성차별과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분노하면서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는 경멸적인 용어를 계속 쓰고 있다. 피부 색깔 뿐 아니라 머리카락 색깔도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나와 같지 않고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거나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모든 것이 차별이다.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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