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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코로나 덫에 갇힌 미국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워싱턴 시내 F 음식점은 수요일 점심시간에 텅텅 비었다. 테이블 간격을 2m 이상 둬야 하는 규칙 때문에 좌석 수가 확 줄었지만, 그마저도 채우지 못했다. 인근 연방정부 청사와 국제통화기금(IMF)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데다 세계 각지에서 백악관 구경 오는 관광객이 끊겨서다. 일자리를 잃어 외식을 못 하거나, 여유가 있어도 바이러스 감염 공포에 외출을 자제하기도 한다. 봉쇄령에 따라 영업을 중단한 3개월여 동안 임시해고됐다가 다시 나온 웨이터는 열배쯤 친절하게 손님을 맞았지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미국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평일 대낮 도심 거리는 일요일 새벽같이 적막하다. 대부분 업종 영업이 허용됐지만 문 닫은 곳이 더 많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문을 열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중순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급증했다. 하루 사망자 수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코로나19 사망자는 15만 명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국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맞힌 팩트다.

지난 3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을 비롯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예방 조치를 다 하더라도 8월 초까지 10만~24만 명이 숨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국민 자택 대기령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로 사망자 전망치는 4월에 6만 명으로 떨어졌으나, 5월 미용실·운동시설 등 영업이 재개되면서 다시 13만5000명으로 뛰었다. 지금은 11월까지 22만 명이 숨질 것으로 예상한다. 4개월 새 최소 7만 명이 더 목숨을 잃는다는 얘기다. 미국 인구 3억3000만 명을 고려해도 공포스러운 숫자다. 고립이 길어지면서 인내심이 바닥난 이들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행동반경을 넓히려는 분위기도 있다.

초기에는 진단검사 도구와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물자 부족이 문제였다. 지금은 과학을 배제하고 정치가 그 자리를 채운 게 패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는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를 치료 및 예방할 수 있고, 그러니 마스크를 쓰거나 셧다운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진보는 이 약은 치료제가 될 수 없으니 마스크를 쓰고 생활 정상화를 최대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행선을 달리니 국민은 갈팡질팡, 입씨름만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굴복한 이 초강대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박현영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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