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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상명하복이 통하지 않는 빅테이터

유혁 /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유혁 /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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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8/04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8/03 19:18

풍부한 데이터를 정제과정을 통해 통찰력까지 갖춘 고급정보로 만들어도 의사 결정권자가 받아들이고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의 사용 역사가 긴 미국의 예를 보면 정보를 잘 활용하는 조직은 그 구성원들의 정보처리에 관한 지식수준과 경험이 깊을 뿐 아니라 조직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 자체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 조직 내에서는 사장의 의견도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시될 수 있다. 조직 내 지위가 높을수록 정보력과 판단력도 가장 우수하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구식 사고방식이다. 데이터와 컴퓨터는 사용자의 나이와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

한국어로는 공통적으로 ‘복잡하다’라고 번역되는 ‘complicated’와 ‘complex’라는 두 영어 단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복잡하지만 오래 들여다보면 그래도 답이 나오는 경우다. 후자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아무리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려도 결과가 어디로 튈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을 가리킨다. 콤플렉스한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공유가 필수이며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마다 행로를 신속히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요구된다.

미군 퇴역장성인 스탠리 매크리스털은 그의 명저 ‘Team of Teams(팀들의 팀)’에서 전통적으로 명령체계가 분명한 군 조직도 부서 간의 벽을 넘는 정보교류를 지향하고 계급에 상관없이 일선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권이 상위에 집중돼 있는 상명하복 체계를 따라 정보가 수직이동을 계속하면 명령이 하달되기 전에 상황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다년간 대테러전을 치르며 다양한 군 부서들과 정보기관들 간의 정보 공유를 매일 직접 관장하며 일선 장교들에게 많은 의사결정권을 일임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부서나 계급에 따른 정보독점이 생기면 전투에 승리하고도 정작 필요했던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많은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든 계획대로만 돌아간다는 법이 없다. 정보가 많아지면 일이 더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져서 노동량이 배가된다. 그렇다고 정보수집과 분석을 등한시하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게다가 새로운 정보는 총책임자보다는 일선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오기 마련이다. 고로 접하는 정보를 제대로 소화해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에는 지위고하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를 함축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대답의 형태로 그 흐름을 지속시켜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들은 그 구조가 비교적 수평적이고 여러 부서들이 상하관계를 떠나 점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는 디자인팀과 제품개발팀이 동등하지만 다른 역할을 하는 관계다. 유연한 정보공유는 당연히 필요조건이다. 구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그램 개발과 상관이 없는 직책이라도 코딩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뽑지 않는다. 정보력과 판단력이 지위보다 우선되는 환경에서 논리적 사고능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그저 분석팀만 만들어 놓는다고 저절로 돈을 벌어주지는 않는다. 콤플렉스한 세상에서는 빠른 정보공유와 그에 상응하는 의사결정 능력이 조직 전반에 걸쳐 필요하며, 구식 상하관계가 그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는 상명하복의 대명사인 군대도 자진해서 체질개선을 하는 시대다. 빅데이터는 기술적 과제일 뿐 아니라 조직문화의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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