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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상처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건강과 행복을 위한 처방전 ‘용서’에 대한 네 번째 글이다. 러스킨의 ‘용서 연습’ 중에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상처를 다시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 구체적인 상처를 찾아 돌아보되, 그 상처에서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득을 보는 해석, 상처로 인해 피해자가 된 것이 아니라 영웅으로 해석하는 연습이다.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연습은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과거 상처의 앙금을 녹여 긍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나간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보았고, 상처가 감사로 변하는 경험을 했다. 그런 경험 몇 가지를 이미 글로 발표했는데, 여기서 간단하게 다시 소개한다.

2007년 4월 5일, 아내와 나는 결혼 40주년 기념일을 조촐한 음식점에서 자축했다. 그때, 결혼생활 40년 동안에 가장 아팠던 우리의 상처를 아내는 1969년 내가 석사학위 마치고 교육대학교수로 내정되었다가 탈락한 사건이라 했다. 주임 교수님의 추천서를 읽은 새 교대 학장은 할 일 많으니 열심히 일해보자고 약속했다. 비서는 내 이름이 제일 위에 있는 문교부에 보낼 교수 승인 신청서를 보여주었다. 다니던 학교도 사직하고 짐을 싸고 있을 때, 문교부 승인 교수명단에서 내 이름이 없다고 그 교대에서 연락이 왔다.

동료 교사들이 아내에게 남편이 대학교수로 가니, 언제 사표 내냐고, 지방에 가면 거기서 교사할 거냐고, 축하한다고 야단인데, 다니던 직장에 사표 낸 남편은 무직, 우리 부부는 큰 상처를 받았다. 1년이 지나고 신문에 대서특필로 전에 내가 못 간교대 학장이 일본으로 도망간 사건이 발표되었다. 신임 교수들에게 받은 뇌물과 교사 신축에서 부정이 탄로 나서 학장은 일본으로 도망갔다는 기사였다.



그 큰 상처를 돌아보며, 아내와 나는 새로운 해석을 했다. 내가 미국유학 와서 박사학위를 하고 미국 대학에서 정교수가 된 것도, 아이들이 훌륭한 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것도, 그때 그 교대 학장이돈 봉투 때문에 나를 채용하지 않았기에 일어났다. 가장 큰 상처가 새로운 해석으로 큰 축복으로 변했다. 가슴에 숨은 원망이 고마움이 되고, 분노가 감사로 바뀌어 우리 부부는 축배를 들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어려움과 상처도 우리를 위한 연단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보복과 용서의 갈림길’이라는 제목으로 전에 글을 썼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녀 담임선생을 좋아하다 상처받은 한 학생이 그녀를 괴롭히다 체포되고, 체포된 후에 복수심이 더 자극되어 여선생과 가족을 위협하다 다시 체포되어 실형을 살고, 그러는 동안 그의 상처와 원한은 더 커져 잔인하게 그녀와 가족을 괴롭히다 다시 체포되는 이야기, 그의 일생은 복수와 철창을 맴도는 악순환 이야기였다.

그 학생의 이야기는 나의 복수 계획을 생각나게 했다. 전쟁 후 시골에서 서울 와서 고학할 시절 그나마 모았던 돈을 사기를 당했다. 고소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분해서 사기를 저지를 사람 집에 불을 지르려 완전 범죄를 계획했다. 그 일을 돌아보니 아찔하다. 내가 불을 질렀다면 나도 연모했던 여선생을 괴롭힌 학생처럼, 철창을 드나드는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돌아보니, 용서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임이 확실하다.

지금 생존한 우리 세대의한국 사람들은 수많은 변화와 사건들 속에서 치이고, 배고프고, 사기당하고, 배신당하고, 억울함 당하고, 무시당하고, 생존했기에 돌아보면 큰 상처들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우리가 지금 풍요 속에 잘 살아가고 있다. 말이 서툴고, 문화가 다르고, 외모도 다른 이민사회 속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서도 생존한 우리다.

큰 상처들을 하나씩 찾아가서 돌아보며,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 상처가 연단의 흔적이 되고, 상처를 통해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수혜자가 되고, 가슴속 그늘에 도사린 아픔과 원망의 멍울이 녹아 감사와 기쁨의 자원으로 변한다면 우리의 날들이 좀 더 행복할 것 같이 생각된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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