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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애도 형태의 연령별 차이

미국인 여자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쿼블러 로스가 불치병 환자 2000명의 심리상태를 조사해 ‘분노의 5단계’를 발표했다. 첫째는 정신적 쇼크나 부인(denial)이다. 진단을 듣는 순간 놀라며 이를 믿지 않으려 한다. 둘째는 분노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의료진, 가족, 자기 자신은 물론 신에게도 화를 낸다. 셋째는 타협(bargaining)이다. 앞으로 교회에 잘 나가고 자선기관에 기부도 많이 하겠다며 의사나 하느님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넷째는 우울이다. 차츰 희망을 잃어가면서 잠을 못 이루고 사람들을 회피하며 자살까지 생각한다. 다섯째는 수용(acceptance)이다. 사망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인다.

앞에서 언급한 감정들은 어떤 환자에게는 한꺼번에 올 수도 있고 다른 환자에게는 순서가 바뀌어 나타날 수도 있다.

서부지역 제자회 목사들과 함께 죽음을 앞둔 사람을 둔 가정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었다. 모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할머니와 부모가 사망하고, 20대 초반의 딸과 10대의 아들만이 남게 된 상황을 들었다. 그들이 느낄 슬픔을 나누었다. 또한 이런 일이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경험했다.

미국 정신과 교과서에는 죽음 중에서도 배우자를 잃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이후에 오는 현상은 마치 바다에서 큰 파도에 휩쓸려 휘청거리다가 다시 잔잔해지고, 잠시 후에 다시 파도에 휩싸이는 경험과 유사하다고 했다. 우울 증상이 겹치는 경우에는 파도치는 감정 대신에 무기력하고 몸이 축 늘어지고 희망이 없고, 모든 의욕이 사라져 버린 상태가 된다.



고인의 과거 유머나 즐거웠던 추억들을 기억하면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은 전혀 기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평상시에 하던 직장일이나 학업, 가사일을 할 수가 없다.

미국 15세 이하 아동 중 4%에서 부모 중 한 명, 또는 두 명을 잃는다고 한다. 이들의 애도 형태는 두뇌 발달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린이들은 고인의 사망 당시에는 별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확대되어 애도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슬픔 대신에 심한 운동, 무관심, 분노, 문제 행동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아이들은 가끔씩 짧게 슬픔을 표현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에 비해 오랜 시간 지속된다.

청소년들 중에는 고인에게서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살아 있는 부모나 사망한 부모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5~6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전두엽의 미성숙으로 죽음의 영원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고인이 먼 여행을 갔다가 되돌아 오리라고 믿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간혹 돌아가신 부모와 자신을 동일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열살된 내 환자 앤디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갑자기 등이 아프다며 허리를 구부리고 다녔다. 앤디의 아버지는 높은 전신주 위에 올라가 작업하다가 낙상해 허리를 심하게 다친 후에 사망했다.

가족이나 친지의 사망을 경험했을 때 특별한 상담이나 약물 치료는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렸거나 병적으로 지속되는 애도 현상이 발견되면 상담 치료나 항우울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모임도 권할 만하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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