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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추억과 동행한 산길

집 근처에 아담한 산이 있다. 산이라야 사막에 견디는 야생나무 덤불로 우거진 민둥산이다. 이곳에서 약 40분 거리인 남쪽의 출라비스타와 북쪽지역의 칼스배드 주민까지 차를 타고 찾아온다. 산을 오르내리며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좋다. 동네 집들과 골프장 잔디밭이랑 인근에 호수가 있다. 맑은 날엔 멀리 샌디에이고 만의 푸른 바다까지 아스라이 보인다.

오랜만에 산행을 나선다. 처음 시작 10여분은 언제나 숨이 찬다. 인생길처럼 힘들어 때론 포기하고 싶지만 참고 올라간다. 오늘 산행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가지가지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산길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양하다. 열심히 달리다가도 ‘하이’하며 인사를 하고 가는 사람. 말없이 미소로 스치는 사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땅만 쳐다보고 가는 사람. 돌아보면 나도 한때는 그처럼 우울하게 홀로 오르던 날도 있었다. 보통 40분이면 오르는 산의 정상을 오늘은 한 시간 넘어 걸려 도착했다.

정상의 표지석에는 1592피트의 높이와 전망이 360도로 사면의 경치가 바라보이는 산임을 알려준다. 남쪽의 코로나도 섬과 다리, 북쪽의 파웨이, 동쪽의 사과마을 줄리앙, 남서쪽으로 태평양을 낀 도시 중심가의 빌딩들이 멀리 눈에 들어온다. 1890년대 이 산의 주인이자 당시 지도자였던 조지 콜즈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1974년 샌디에이고 시에서 사들여 10년 후에 시의 공원으로 개발했다. 여러 해 전 딕 머피 전 시장이 공중화장실을 설치해주어 더욱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잠시 멈추어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을 보노라니 1970년 초 어머니랑 마음 공부하러 간 송광사의 여름이 떠오른다. 전기가 없어 플래시 전등을 들고 더듬거리며 걸어 계곡물에 세수했던 기억. 스님들과 새벽 예불에 참석했을 때 법당에서 들었던 웅장한 염불소리에 가슴이 뭉클했던 경험. 사찰의 영양가 없는 밥상의 소찬들. 관음전에서 몸이 연약해 보이는 스님이 종일 기도하며 울리던 목탁소리. 삼일암에서 구산방장 스님으로부터 뜻밖에 불명을 받고 삶의 의미가 생겼던 시간. 모두 감회가 새롭다. 소년처럼 맑은 미소가 한결 같던 그분의 얼굴과 인자한 가르침들. 어릴 적부터 부모님 덕으로 그렇게 난 큰 스승을 만났다.

내리막길에서 차도르를 쓴 뚱뚱한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는데 4시간 걸려 오르내렸다고 했다. 살을 빼려는 그 의지가 존경스럽다. 나쁜 짓 말고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지성이면 감천이다. 울퉁불퉁 크고 작은 돌길의 산길을 지나지만, 내려올 때는 20분 만에 훌쩍 왔다. 내가 필히 살고 가야 할 주어진 인생길도 산길처럼 뚜벅뚜벅 올라갔다가 미련 없이 내려가야 하리라.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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