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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대지 미술, 테크놀로지를 초월하다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 나선형 방파제(Spiral Jetty), 1970년 제작된 진흙과 소금결정체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방파제,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로젤 포인트(Rozel Point) 위치, 2013년 9월 2일 사진, 스티브 올센(Steven Ohlsen)/알라미(Alamy Stock Photo)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 나선형 방파제(Spiral Jetty), 1970년 제작된 진흙과 소금결정체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방파제,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로젤 포인트(Rozel Point) 위치, 2013년 9월 2일 사진, 스티브 올센(Steven Ohlsen)/알라미(Alamy Stock Photo)

올해로부터 꼭 50년 전인 1970년,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 1938~1973)은 유타의 호숫가에 상상도 못 할 규모의 ‘미술 작품’을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은 당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호숫가에서 대규모 토목 공사를 하는 스미스슨을 의아하게 바라다보았다.

1970년 전후의 사회상은 어떠했을까? 1968년의 학생운동과 인권 운동으로 반체제 무브먼트가 격렬하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테크놀로지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다. 60년대 LED(Light Emitting Diodes)전구의 상업화가 가능해졌고, 레이저 광선이 발사되었으며, 컴퓨터 마우스, 비디오 게임 콘솔 등이 개발되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전 세계를 흥분시켰으며, 컬러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스타 트렉(Star Trek) 공상과학 드라마 시리즈가 1965년부터 1969년까지 크나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편 미술계에서는 1968~1969년에 걸쳐 스미스슨과 앤디 워홀, 한서 하케, 로버트 모리스 같은 젊은 작가들이 윌러비 샤프(Willoughby Sharp, 1936~2008)가 기획한 공기 미술(Air Art), 대지 미술(Earth Art) 등의 기상천외한 미술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1960년대 시작된 ‘빛과 공간의 예술 운동(Light and Space Movement)’의 주요 작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1943~)은 1974년 애리조나 사막에 있는 휴화산 로덴 분화구(Roden Crater)에 대규모 터널과 방을 만드는 엄청난 ‘대지 미술’을 시작했다. 작가의 개인 목장에 속한 땅에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 방문한 사람은 드물지만, 항공사진으로 소개된 작품은 규모가 정말 엄청났다. 이런 대규모 대지 미술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스미스슨이다.

스미스슨이 유타 호수에 만든 작품 ‘Spiral Jetty’는 나선 형태의 방파제가 450m 넘게 이어진 환경 조각이다. 그레이트 솔트 호에 물이 차면 방파제는 사라지지만, 물이 줄어들면 소금 결정이 남아있는 채로 모습이 드러난다. 그래서 50년 동안 작품은 호수 아래로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물이 마치 자연 생태계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6000톤이나 되는 현무암을 옮겨 만들었지만 자연환경에 동화되어 인공성은 찾아볼 수 없다. 4.5m 폭의 자갈길을 걸어서 나아갔다가 돌아오는 산책길도 그다지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변의 자연환경이 크나큰 감동을 주거나 파노라믹한 경치를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2시간 운전을 해야 갈 수 있는 데다 가뭄이 들어야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 관객은 항공사진으로 보았을 따름이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는 19세기 테크놀로지의 정점이었던 골든 스파이크 국립 역사 공원(Golden Spike National Historic Park)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51년 전인 1869년 5월 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웨스턴 퍼시픽 철도와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시작된 유니온 퍼시픽 철도가 이곳에서 만나 대륙 횡단 철로의 길을 연 곳이다.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전하고 교통이 아무리 편리해져도 호수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기에 스미스슨의 대지 예술은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처럼 ‘관람’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가뭄이 들어 방파제를 직접 걸어보는 경험을 한다 해도 눈높이에 펼쳐지는 작품이 거대한 나선형 구조물임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많은 방문객이 있어도 거대한 호숫가의 몇 개 점에 불과하게 보이기도 한다. 사람의 손짓 하나로 로켓이 발사되고 동영상이 총천연색으로 재현되는 시대에도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는 것 또한 작가의 사명임을 대지 미술 작가들은 말해준다.

스미스슨은 텍사스 아마릴로의 대지 미술 작품을 구상하던 중 뜻하지 않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35세 때였다. 그의 안타까운 짧은 생애는 ‘나선형 방파제’의 숭고함과 영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스미스슨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선형 방파제’는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일부처럼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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