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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

인류가 부족 집단, 또는 마을 단위로 정착생활을 하면서 주거공간이 확대되자 상호 왕래의 거리가 점차 멀어졌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걷기보다 타기를 좋아한다. 타는 것 중에도 기왕이면 빠르고 편한 것을 더 선호한다.

인류가 BC 3500년경부터 바퀴를 만들어 무거운 짐을 이동할 때 사용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길이 없던 시절엔 말을 타고 혼자 다녔으나, 길이 생긴 후엔 마차나 인력거로 여럿이 함께 이동했다.

AD 1500년경 영국과 프랑스는 길바닥에 나무로 된 선로를 깔고, 선로 위에 수레 2~3대를 붙여서 말 한 마리가 끌게 했다. 맨 땅에서 2마리의 말이 수레 1대를 끌고 가는 것보다 선로를 깔면 말 1마리로 더 많은 수레를 쉽고 빠르게 끌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알게 됐다. 당시 이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이 발견이 철도 운송의 시초가 됐고 철도 운송은 아직도 미대륙의 최대 대량 운송 수단이다.

대부분 한국인은 ‘빨리빨리’에 익숙하다. 성격도 조급하고, 생각도 빠르고, 일하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한국인은 사거리 교통 신호등 앞에서 느긋하게 기다리지를 못한다.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기 무섭게 튕겨 나간다.



식당에도 주문과 음식 나오는 속도를 위해 테이블에 벨이 붙어있는 곳은 아마도 한국식당 뿐일 것이다. 택배 서비스는 또 얼마나 빠른가. 배달민족의 정기를 이어받은 한국의 택배는 ‘로켓배달’이라 불려진다. 인터넷 속도 역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외국 청년들이 한국의 인터넷에 입을 벌리며 놀란다. 이런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의 ‘고도압축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솝의 우화 중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있다. 토끼는 빠르게 뛰었지만 거북은 쉬엄쉬엄 기어갔다. 느린 거북이 빠른 토끼를 이긴 것은 ‘노력’이 ‘재능’을 앞선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좀 다르다. 굴욕을 당한 토끼는 다음엔 결코 방심치 않고 한번에 완주할 것을 작심하며 거북에게 재경주를 제안한다.

거북이는 여유롭게 재시합을 받아주는 대신 경주 코스를 산, 강, 들, 호수로 다변화하자고 조정안을 낸다. 물을 건너지 못하는 토끼가 실망하며 긴 한숨을 내쉴 때, 거북이가 “물을 건널 땐 내가 너를 등에 업고 건너겠다”고 말하자 토끼는 밝은 표정으로 “그럼 땅에선 내가 앞에서 끌고 가겠다”라고 대답한다.

서로의 재능을 합쳐 윈윈전략으로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얻는 팀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다.

옛날엔 고개 마루터기에 주막이나 정자를 세워 길 가던 나그네가 땀을 씻으며 쉬어가게 했다. 요즘도 고속도로 구간마다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는 빠르게 달리던 차량과 바쁜 여행자들의 주막같은 쉼터다.

바쁘게 달려가던 우리네 인생에 ‘코로나19’ 사태로 별 수 없이 집콕이나, 재택근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불편한 환경을 당하고 있다. 이것 또한 인생의 주막에 잠시 들렀다고 위안하면 어떨까.

음악엔 ‘알레그로(Allegro)와 아다지오(Adagio)’가 있듯이, 교통에는 ‘진행과 멈춤’이 있다. 인생에도 빠르게, 느리게, 강하게, 여리게, 쉼표와 붙임표가 공존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속도조절과 강약의 조화로 답답함과 지루함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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