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오사카의 마스크
1968년 멕시코올림픽을 상징하는 한 장면이라면, 미국 흑인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저항했던 ‘블랙파워 경례’일 것이다. 육상 남자 200m 금메달의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의 존 카를로스가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 낀 손을 치켜든 그 장면이다. 둘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폭력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퇴출당했다. 그 올림픽 정신은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 경기장 등에서 금지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다. 대부분의 스포츠 이벤트가 이를 금과옥조로 여겼다.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사시켰다. 이 사건이 캐퍼닉의 무릎 꿇기를 소환했다. 같은 달 31일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우니온 베를린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마르쿠스 튀랑이 무릎 꿇기로 골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무릎 꿇기는 전 세계 경기장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IOC만큼이나 보수적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지를 선언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그제야 “IOC 헌장 50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흑인 혼혈선수 오사카 나오미가 13일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그는 매 경기에 인종차별 희생자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사진). 보수적인 테니스조차 오사카의 정치적·인종적 의사 표현을 막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오사카의 마스크는 2020년 US오픈 대회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1968년 ‘블랙파워 경례’와 2016년 ‘한쪽 무릎 꿇기’처럼.
장혜수 / 한국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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