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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히읗 이야기

히읗의 글자를 보면 저는 웃음이 납니다. 히읗의 글자 모양이 왠지 입을 동그랗게 하고 웃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놀란 느낌도 줍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ㅎㅎ 이라고 느낌을 나타내는 기호를 쓰면 웃는 얼굴이 그대로 연상이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ㅎㅎ 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하하’라고 생각하고 보냈는데 받는 사람은 ‘허허’나ㅎ‘ㅎㅎ’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흐흐 의 웃음소리는 모음과 만나면서 다양한 표정을 짓습니다. 히읗은 웃음소리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히읗은 원래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히읗 음은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여서 그런지 숨소리가 많이 납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후’ 하고 소리가 납니다. 한숨을 쉬면 ‘휴~’ 하고 긴 숨을 내쉬게 됩니다. 힘든 일이 있거나 숨이 찰 때는 ‘헉헉’이라고 표현합니다. 히읗은 숨소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체 부위 중에서는 ‘혀’가 히읗이 들어갑니다. 숨이 차면 혀를 내밀게 되죠. 숨과 관련된 의성어가 히읗 음으로 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히읗 음은 종종은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구별도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첫소리에서는 분명하게 소리가 나지만 중간에 들어가면 소리가 슬며시 사라지고 맙니다. 제가 전에 외국인 학생에게 ‘감사합니다.’를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왜 히읗 발음은 하지 않느냐고 저에게 질문하였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모두 [감삼니다]로 들린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히읗이 사라진 겁니다. 이렇게 히읗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한 음이기도 합니다. ‘결혼’이나 ‘전화’를 발음해 보면 히읗의 소리가 모호한 느낌이 날 겁니다. 중간에 들어간 히읗 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면 오히려 한국어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상한 한국어가 되고 맙니다.

히읗 소리의 느낌을 물을 때는 주로 첫소리의 느낌을 말합니다. 히읗 음의 대표는 무엇일까요? 저는 ‘하늘’이 생각났습니다. 잡히지 않고 높이 있는 하늘의 모습이 히읗 음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하늘이 반복되어 의태어가 된 ‘하늘하늘’의 느낌은 어떤가요? 히읗 음이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기 때문에 숨소리 같고 그래서 가벼운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색깔에서는 ‘하얗다’가 있습니다. 역시 무겁지 않은 느낌입니다. 하얀 구름이나 눈송이의 느낌도 하늘을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하얗다, 희다’의 어원은 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히읗 음은 거룩한 느낌이 나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말뿐 아니라 다른 언어나 문화에도 신에 해당하는 말에 ‘h 음’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독교 성경에 보면 ‘아브라함’의 이름이나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의 이름에는 h 음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원래의 이름에는 h 음이 없었다는 겁니다. 히읗 음은 왠지 신성한 느낌을 주는 듯합니다. 기독교의 신 ‘여호와’도 ‘부처님’도 모두 히읗 음이 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하느님’이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해님’도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이죠.

히읗을 보면서 가벼우면서도 맑고, 있는 듯 없는 듯 우리의 숨소리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거룩한 느낌도 주었을 겁니다. 어쩌면 히읗은 하늘의 소리이자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소리입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소리인 것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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