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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낯설어지는 풍경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말 그대로 그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사람의 속이어서 세상일들이 재미없게도 되고 재미있게 흘러가기도 한다. 많은 글이 “알 수 없음” 때문에 만들어지고 읽히고 전해지고 있다. “아내가 왜 울었는지 남편은 알 수 없었다”와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던가 “아는 듯 모르는 동거인의 낯선 얼굴 보는 눈과 마주하는” 등의 글을 읽어가다가 안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의 “알 수 없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며 살아가는 모양이 낯섦과 낯익음을 오고 가며 이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 같다.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때가 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오래 살아온 동네나 도시가, 절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가까웠던 이웃이, 긴 시간 해온 나의 일이, 직장이, 심지어 즐기던 취미 활동도 모두가 처음 보는 것 같아지고 그쪽에서 나를 처음 대하는 표정을 만들 때 혹은 돌아선 등을 바라보게 될 때 그렇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행동이나 반응 때문일 수도 있고 전체가 몽땅 하나도 이가 맞지 않는 느낌으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나 자신도 너는 누구인가 묻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어 서먹서먹해지기도 한다. 금방 낯익은 얼굴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접혀있는 페이지를 끝내 알 수 없어 책을 덮고도 물음표가 남는 낯설어지는 시간의 경험이다.

낯설다는 것은 처음 만난다는 말도 된다. 오며 가며 매일 보던 익숙한 모습이 아니고 한 번도 기억 속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어서 새롭게 머릿속에 또 하나의 새로운 방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 방의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고 그것들과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과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 후에 우리는 낯설다를 지우고 낯익다는 것으로 바꾸어 간다. 그런데 낯섦이라는 것이 낯익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에서도 문득 생겨나기도 한다. “너는 부드러운 노란색이구나”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딱딱한 회색입니다”하며 자신을 새롭게 들어내는 것에서 처음 보는 것 같은 낯섦이 튀어나온다.

이런 때도 있다. 좋은 관계 속에 삶이었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낯익은 이웃 같은 얼굴이었는데 비인간적인 부대낌이 있고 난 뒤에는 사람들이 모두 고무 가면을 쓴 것 같이 낯선 얼굴로 옆에서 흘러가고 있는 때이다. 그때 우리는 갑자기 다가온 낯섦 때문에 작아지고 외로워지고 무서워지고 놀라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되고 믿지 않게 되고 울타리를 쌓게 된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모든 것이 어제와 같지 않음으로 해서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라고 했을까. 아니면 정말 엉뚱한 시간과 공간에 놓이는 아침이어서 자신을 깨우는 말이었을까. 지금의 언택트 시대가 정말로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을 반복하게 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길 사람 속을 더듬어 본다. 침착하자 다짐하며 열 길 물속 같은 세상을 들여다본다. 알 수 없게 끝이 보이지 않는 속이 거기에 있다. 두려움을 동반한 관심과 흥미와 극복 의지 같은 것이 피어오른다. 낯설어지는 풍경 앞에서 역시 낯선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겨본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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