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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산다는 것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이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창밖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 심장이 제일 먼저 반응을 했다. 큰일이 일어난 듯 심장이 벌떡벌떡 미쳐 날뛰었다. 공포영화를 볼 것처럼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눈꼬리와 얼굴 전체가 머리 꼭대기로 당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름 끄트머리 즈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한 친구는 이 증상을 스트레스성 불안 장애라고 했다. 그리고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이 증상들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증상들이 왜 나타나는지는 안다.

며칠 전이었다. 창문에 구슬이 부딪치듯 토-옥 톡 소리가 났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 6시 7분.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을 타고 빗방울이 들이쳤다. 공기가 서늘했다. 뜬금없이,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온몸이 서늘해지고, 닭살이 돋았다. 불안했다.

그 불안함은 뭔가에 쫓기는 초조함, 촉박함, 어떤 막막함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불안 장애이다. 처음엔 나는 이 증상 때문에 꼭 죽을 것 같았다. 출구가 없고 끝이 없을 거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그들도 비슷한 불안 장애를 앓고 있었다. 한 친구는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유독 힘들어했고, 다른 친구는 직장에서 많은 사람 앞에 서서 발표를 할 때, 공포를 느낀다. 또 다른 친구는 외국 구매자와 미팅을 할 때 극도의 긴장감을 느낀다. 그들은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벌렁거리며, 숨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심지어 구토하는 친구도 있다. 모두 나름의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다. 이유는 달랐지만 우리는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한번이 아니라 지속해서 느끼는 고통이다.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그래서 더 괴로운 증상들이다. 우리는 알았다.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 증상들이 지속해서 온다는 것을.

내가 기억하는 한, 이 증상은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해왔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증상을 심하게 겪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입시 스트레스로 왔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여러 모습으로 증상이 나타났었다. 앞으로도 내가 사는 동안 계속해서 나를 찾아오겠지.

오늘처럼 마음이 불안해지면,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지 내 생각을 따라가 본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잊은 게 있는지. 우리 가족 일인지, 회사 일인지, 아니면 경제적 이유인지, 애들 학교 일인지. 그렇게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 생각이 멈추는 곳이 있다. 마구 뛰던 심장이 잠잠해지는 시점이 있다. 그 시점에 이르면 증상은 사라진다. 문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찾고 나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시 찬바람이 분다. 그 찬바람이 주는 서늘함이 곧 내 목과 어깨를 뻣뻣하게 하며, 나를 긴장시킬 것이다. 손끝이 저리고, 숨조차 쉬기 힘들 것이다. 그럼 나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큰 숨을 들어 쉬고,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듯 흐트러진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불안의 원인을 찾을 때까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내 방식대로 이 두려움을 풀어왔지만, 이렇게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온전히 그것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렇게, 삶을 알아가는 것인가. 역시, 산다는 것은 만만하지 않다.


강인숙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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