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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다

조금 늦게 간다고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에 떨며 시작한다고 끝까지 못 가는 겁보라 예단하지 말라. 뒤쳐져 휘청거릴 뿐 항상 꽁지로 매달려 살지 않는다. 심신이 미약하다고 늘상 맥도 못추고 살라는 법 없다. 인생사는 규칙도 방책도 없이 순서와 판도가 수시로 바뀐다. 굴곡진 생의 모서리가 울퉁불퉁 여기저기서 튀어나와도 허리 졸라매고 눈알 부릅 뜨고 이판사판 매달리면 살 길이 생긴다.

지금은 너무 잘 먹고 씩씩하지만, 어릴 적엔 키 작은 꼬맹이에 몸이 부실해 사람 구실 할 것 같지 않았다. 뇌일혈로 쓰러진 아버지는 내가 두 살 되던 해 유명을 달리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로 잘 보살피지 못해 내가 비실거린다고 생각 하셨는지 금이야 옥이야 정성드려 해 먹이고 눈 비 오는 날도 어머니 등에 업혀 등하교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장질부사에 걸려 7 개월 사경을 헤맸는데 다들 죽는다고 머리를 저었지만 오직 한 사람! 내 딸은 절대 안 죽고 세상 누구 보다 튼튼하게 오래 살 거라고 어머니는 굳게 믿으셨다.

어머니 믿음 때문일까 아님 장질부사가 내 몸의 모든 균을 박멸시킨 것일까. 등에 업혀 가서 시험 보고 턱걸이로 중학교에 합격한 뒤 병이 나았는데 그 때부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씹지 않고 위로 직행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다. 그리하여 지금은 키도 잘 자랐고 풍만을 넘어 약간(?) 비대한, 튼튼 여장부로 변신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가타부타 말을 못한다. 지금 못 산다고 평생 못 살거라 기죽어 지내지 말고 작금에 잘 나간다고 내려다보며 잘난 체 하지 말기를!



‘Row, row, row your boat/Gently down the stream/Merrily merrily, merrily, merrily/ Life is but a dream./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down the stream/
If you see a crocodile/ Don't forget to scream.’

두살배기 손녀가 부르는 노래가 흥겨워 손동작 흉내내며 함께 부른다. ‘노를 저어라. 물길 타고 즐겁게 노를 저어라. 인생은 꿈이란다. /노를 저어라. 물길 따라 즐겁게 노를 저어라. 혹시나 악어를 만나면 크게 소리 지르는 것 잊지마’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그 필요성을 아이들에게 유도하는 이 곡의 가사는 경쾌한 리듬과 귀여운 동작이 잘 어우러져 유아반에서 널리 애칭되는 동요다.

이번주 내내 큰 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다. 할망구가 된 내가 이 노래를 혼자 흥얼거릴 때는 일이 잘 안 풀릴 때다. 꿈처럼 잘 나가던 프로젝트가 대형 악어를 만나 붕괴될 위기에 봉착한 것. 그 동안 함께 작업하던 건축업자가 자기가 맡기엔 프로젝트가 너무 복잡하다며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애들은 급하게 소리 지르면 엄마가 달려오지만 나를 도와 줄 엄마는 이제 이 땅엔 없다. 냉혹한 현실의 벽만 앞을 가로 막을 뿐이다.

난관에 부딪히면 방법은 둘 뿐이다. 포기하고 물러서거나 돌파구 찿아 전진하는 것. 전자는 내 스타일이 아닌 고로 직진을 결심, 악어 만나 겁 먹어 소리 지를 생각 말고 악어 잘 달래 내 편으로 만들면 악어 잡고 악어가방 회사 사장될 지도 모를 일. 위기는 기회다. 인생은 어차피 ‘도’ 아니면 ‘개’, ‘개’도 아니면 ‘걸’이나 ‘윷, 모’로 끝난다. 아직 던질 윷이 다섯이나 내 손에 있다. 뒤로 가는 ‘뒷도’는 절대 사양! 난초화분과 쵸콜렛 들고 가서 삼고초려 했는데 열번 정도 더 가면 무슨 해결이 나지 않을까. 생이 굴곡지고 때론 절벽에 홀로 서 있다 할지라도 살 길 찿는 자는 살아남는다. 굴곡져도 휘어져 부러지지 않는다. (Q7 Fine Art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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