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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주의산만증을 앓는 어른들

필자의 환자인 30대 남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주 화를 내고 술을 마시면 엄마를 때리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었다. 자신도 자주 아버지에게 매를 맞았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공부를 잘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공부 시간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아버지처럼 자신도 조금만 마음에 거슬리면 싸움을 했다. 부모에게서 사랑은커녕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자신이 미워졌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또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늘 불안했다.

그러다 군대에 갔고, 제대 후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기 같은 사람을 2년 반 동안 기다린 여자가 있었다. 지금의 아내다. 그녀는 총명했고 사회와 직장 생활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참을성이 없고 대인 관계가 힘들었던 그는 제대 후에 직장을 잡지 못했다.

그들은 미국 사는 처형의 권고로 이민을 왔다. 아내는 바로 좋은 직장에 취직이 됐으나 그는 취업이 힘들었고 노동을 하기에는 체면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민 오자고 한 아내를 비난하며 술을 마신 후에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내를 때렸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기소된 후에 판사는 53주간의 ‘분노조절 상담치료’를 받을 것을 선고했다. 또한 그를 치료하던 상담자가 환자의 어린 시절 ‘주의산만 및 행동 항진증세(ADHD)’와 그의 가족력을 조사해 본 후에 테스트를 했다. 예상대로 결과는 심한 ADHD 증상으로 나왔다.



성인이 되면서 ‘행동 항진 증세’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생각하기 전에 행동부터 하거나, 남들의 대화에 끼어든다든지,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충동성 등은 남아 있었다. 자신에게 흥미가 없고 지루한 서류 작성이나 세금 보고 등의 일은 마지막까지 미루거나 하더라도 끝마무리를 못하고 실수가 많았다. 반면 어린 아들을 위해 장난감을 조립하거나 노래를 가르쳐 주는 등 자신이 흥미를 가진 분야에서는 뛰어난 창조성을 보였다.

필자는 우선 환자에게 술을 끊으라고 권했다. 술은 마취제의 일종으로 합리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전두엽을 마비시켜 자제력을 잃게 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전두엽은 인간이 인간답게 행동하도록 돕는다. 감정 제압의 집행 기능을 사용해 분노를 억제하고, 언어 기능을 사용해 자신의 심정을 말로 하고, 주의를 집중해 타인의 말을 경청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전두엽이 작동하려면 도파민(dopamin)이라는 뇌전파 물질이 충분히 분비돼야 하는데 이 물질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병이 바로 ADHD이다.

환자에게 부족한 도파민 역할을 대신 해줄 약물을 처방했다. 한 달 후에 다시 온 환자는 희색이 얼굴에 가득했다. 약물을 사용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많은 한국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채 갖고 태어난 ADHD 증세로 자신과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필자의 아버지가 좋은 예이다. 필자를 비롯해 큰딸, 첫 손자가 모두 유전을 통한 ADHD 환자이다. 좋은 약물과 상담 치료를 통해 지금 우리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만일 진단 되지 않았었다면 자신감의 상실이나 우울 증상, 불안감 등으로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ADHD는 어린 아이들만의 병이 아니다. 60~70%에서 어른으로 계속된다. 다만 행동이 부산했더라도 어른이 되면 없어진다. 이 병은 다른 정신과 질환과 동반, 이환돼 우울증, 조울증, 자폐 스펙트럼, 도박, 음주·마약 중독, 범죄 행동, 자살충동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충분히 치료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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