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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칼럼] 아버지의 열정이 아들을 움직였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이 들려주는 미국싱글남녀이야기]

매니저가 나한테 상담을 토스한 사례가 있다. 그만큼 소개가 어려운 경우라는 것이다.

남성이 거주하는 지역은 오리건주로 한국계가 많지 않은 곳이다. 회원 가입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아버지와의 오랜 통화로 마음이 움직였고, 가시밭길을 가게 될 것 같다.

아버지를 통해서 들은 이 가정의 이야기다. 이 가정은 20년 전에 미국 이민을 온 전형적인 이민 1세대로 성실하게 일해서 오리건주에 자리를 잡았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서 손주 셋을 낳았다.

한국계가 적은 오리건에서 큰 아들이 한국 여성을 만날 수 있었던 데는 사연이 있다. 이 가족은 중급 규모의 스시 식당을 운영하는데, 어느 날 한국 손님이 왔다고 한다. 그 손님의 친구가 큰 아들과 나이가 비슷해서 그 친구를 통해 한국에 있는 여성을 소개받았고, 여성이 미국에 선보러 와서 아들과 마음이 맞아 아예 살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둘째 아들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주변에 한국 여성이 거의 없다. 그리고 가족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사회생활이나 다른 인맥으로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도 몇군데 이용해봤고, 신문에 결혼광고까지 냈다고 하니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본 것이다.

그러다가 나한테까지 상담 의뢰가 온 것인데, 소개 어려운 지역의 남녀 만남을 연구하던 과정에 있던 차에 만난 고객이었다.

아버지와 몇차례 통화를 했고, 내가 오리건에 가기로 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워싱턴에서 차로 8시간 거리라고 하는데, 운전을 못하는 나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오리건주 유진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 10분 걸렸다.

비행 시간이 짧아서인지 저고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밑으로 미국의 도시가 보였다. 새삼 미국이 넓고 비옥한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공항에 남성의 아버지가 마중을 나와 차로 1시간 반 쯤 달려 식당에 도착했다.

둘째 아들은 86년생인데, 스시 요리사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유도를 해서인지 덩치가 좋고 키도 크다. 식당이 9시반에 끝난다고 해서 일단 숙소를 구하려고 근처 모텔 몇 곳에 전화를 했는데, 대부분의 객실이 예약이 끝났다고 했다. 미국의 모텔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걸 몰랐다. 겨우 70불짜리 객실을 얻어 짐을 풀었다.

식당일을 끝낸 아들을 다시 만났다. 아버지는 아들이 결혼에 소극적, 회의적이라고 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적극적이고, 눈빛이 빛났다. 만남 기회가 적으니까 기대를 안하고, 표현을 안했을 뿐이었고, 아버지가 판을 만들어주니 본인이 먼저 움직였다.

아버지 말로는 결혼해서 음식점 개업도 가능하며, 여성이 미국으로 맞선을 보러 오면 체류비용을 다 부담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남이 잘될 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 모든 남녀는 짝이 있다. 99.9%의 여성들이 아들을 원치 않을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 이 남성을 좋아하는 0.01%, 1000명 중 단 1명은 있을 거라는 말이다.

아들에게 함께 노력해서 찾아보자고 말했다. 으쌰으쌰 하면서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 아버지 왈 “다른 회사들한테 너무 실망했다. 돈만 많이 쓰게 했다”면서 성공하면 사례비를 많이 줄테니 공짜로 진행을 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이 남성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4~5배는 어렵기 때문에 회비를 더 받아도 할까 말까인데, 사례비를 조건으로 회비를 안내겠다고 하니 먼 거리를 찾아간 나로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눈빛에 서린 그 간절함을 봤기 때문에 도저히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1만 5천명 여성에게 아들을 설명하는 메일 보냈다. 답이 온 것은 3명에 불과했다. 내 예상대로였다. 0.01%도 아닌 0.0002%의 확률이지만, 여기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누가 소개해도 잘 되는 만남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안되는 만남을 주선하면서 진짜 결혼정보회사의 기틀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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