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배우며] 귀지와 발의 때

귀지가 전보다 많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의심도 했다. 면봉으로 귀 안을 청소했다. 가끔은 근질거려 귀지 파는 귀이개로 긁어냈다.

“바셀린을 귀 안에 발라보세요. 귀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텔레비전 건강프로그램에 나온 한 노인의 말이 기억났다. 나도 귀 안에 바셀린을 발라볼까 말까 하다가, 면봉 끝에 바셀린을 발라 귓속에 넣고 돌리고, 새 면봉으로 과도 바셀린을 닦았다. 샤워 후에만 계속 바셀린을 발랐다. 귓속에 귀지 때문에 간지러운 감각이 없다. 귀지도 나오지 않았다. 신기했다.

후유증은 없는 걸까? 그런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정보홍수 시대에 어떻게 이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을까? 마침 정기 건강 검진을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귀지가 많이 생겼어요. 텔레비전에 나온 어떤 할아버지가 추천해서 나도 바셀린을 귓구멍 속에 발라봤어요. 정말 귀지가 안 생겨요. 내가 궁금한 것은, 바셀린을 바르는 것이 건강에 다른 문제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어디 귓속을 한번 봅시다. 아주 깨끗하네요!”
“계속 바셀린을 써도 되겠죠?”
“그럼요.”
“또 질문이 있는데요. 저는 많이 걸으면 발바닥이 아픈 족저근막염이 있어요. 평발은 군대 면제가 됐지만 내 발이 약간 평발이라서 군대 못 갈 정도는 아니었지요. 군대 가서 며칠을 걷는 장기 훈련하는 동안 발바닥이 아파서 고생했지요. 나이든 요즘 발바닥도 아프고, 목욕할 때면 때가 많이 밀려요. 바셀린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면 어떨까요?”
“좋지요, 해보세요.”

매일 아침 양말을 신기 전에 발에 바셀린을 조금씩 바르고 마사지를 했다. 발가락들을 마사지하고, 발바닥, 특히 발가락들과 발바닥이 만나는 부분,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 발뒤꿈치를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취침 전에는 바셀린을 바르지 않고 마사지를 했다. 그렇게 몇 주 했다.

마사지 시작한 두 주쯤 후에 목욕할 때 전처럼 때가 생기지 않았다. 밀어도 때가 밀리지 않는다. 발 모양이 더 생생하고, 피부가 더 맑아 보인다. 많이 걸으면 족저근막염의 통증은 여전하지만 조금 나아진 듯도 하다.

인터넷에서 바셀린의 약효를 찾아보았다. 수많은 정보가 있다. 바셀린은 다음 같은 경우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겨울 입술 갈라질 때 ▶팔꿈치 각질 제거에 ▶아기 기저귀 발진에 ▶눈 화장 지울 때 ▶가벼운 피부 상처에 ▶건조한 머릿결 회복에 ▶잠긴 지퍼 열 때 ▶가죽제품 광택 유지에 ▶문 여닫는 돌쩌귀나 연장들 윤활유가 필요할 때 등이다.

귓속이나 발에 바셀린을 발라서 올 수 있는 후유증을 찾아보았으나 피부의 땀샘이 막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구체적인 다른 후유증은 찾지 못했다. 신체 내부에 바셀린 사용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피부에 물기 증발을 막는 보습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가벼운 상처에 바셀린을 바르면 자연 치유가 되는 동안 외부로부터 상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직접 치유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바셀린 대신 보디로션을 쓰면 어떨까? 그래서 지금은 실험으로 얼굴에 바르던 보디로션 ‘Cetaphil’을 바셀린 대신 쓴다. 귀나 발에 바셀린 효과가 보디로션에서도 같은 것 같다.

하루에 두 번씩 발을 마사지한다. 발가락들, 발바닥, 발등, 그리고 뒤꿈치를 감사한 마음으로 마사지한다. 마사지하면서 ‘고맙고 감사해’ 하고 속삭인다. 무거운 내 몸을 80년 넘게 내가 원하는 곳으로 그 많은 거리를 옮겨준 것을 생각하니 고맙고 감사하다. 신발 속에서 갇혀 노예처럼 혹사당하며 봉사하는 발, 내 몸이면서 아파야만 관심을 둬 주던 발, 지금은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어 준다.

내 몸의 일부면서 내가 내 몸으로 자각 못 하며 사는 고마운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자각 못 하는 나의 지체들이 신비한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나를 살려가는 몸의 지체들, 고맙고 감사하다. 고맙고 감사함을 자주자주 감상하며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