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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민요의 위로, 소리의 위로

우리 민요(民謠)를 듣다 보면 무가(巫歌)와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민요 중에는 성주풀이처럼 아예 무가라고 볼 수 있는 것도 많으니 민요와 무가의 구별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음악을 굳이 구별하려고 하지만 백성이 좋아하면 모두 민요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백성이 따라 부르고 즐긴다면 민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민요를 무가와 함께 보고 싶었던 이유는 무가가 위로와 치유의 기능을 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의사를 나타내는 ‘의(醫)’라는 한자에는 치료한다는 의미와 무(巫)의 의미가 함께 있었습니다. 원래의 한자는 아래에 술의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 酒/酉(술 유) 대신에 무(巫)를 씁니다. 무(巫)가 치유자(治癒者)였던 셈입니다. 무(巫)라는 한자는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땅의 이야기를 하늘에 닿게 하고, 하늘의 말씀을 땅에 전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巫)는 달리 말하면 종교이고 제사입니다.

저는 무(巫)라는 글자를 보면서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춤추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무속에서 굿을 할 때 춤이 빠질 수 없습니다. 춤을 춘다는 말에는 노래와 음악 역시 함께하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면 무(巫)라는 글자에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은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르며 마음을 하늘에 닿게 하려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특정한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참다운 무(巫)입니다.

그렇게 부르는 무가는 우리의 소원을 하늘로 전합니다. 찬미, 찬송, 찬양이라는 다양한 말로 부르지만 어쩌면 모두 무가의 다른 이름일 겁니다. 우리의 바람을 신께 전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어떤 바람이 진실로 간절할까요? 나약한 인간이기에 죽지 않기 바라고, 다치지 않기 바라고, 아프지 않기 바랍니다. 허나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에 늘 고통은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그 아픈 마음을 하늘로 전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때로는 내가 딛고 있는 땅에서 위로를 받겠지요. 때로는 닿을 수 없는 하늘의 위로를 받을 겁니다.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를 가장 위로하는 이는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일 겁니다.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3대 임금인 유리이사금 5년의 기록에 왕이 나라 안을 두루 다니다가 노파가 굶주림과 추위로 곧 죽으려는 것을 보고 자기의 죄라 말하고, 옷을 벗어 덮어주고 음식을 주어 먹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후 관리들에게 제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을 찾아가 위문하고 물자를 지급해 부양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참으로 임금의 바른 자세요, 복지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해에 민간의 풍속이 즐겁고 평안하여 처음으로 도솔가를 지으니 이것이 가악(歌樂)의 시초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듯 가악, 민요는 백성을 위로하고 평안하게 하는 노래입니다.

민요는 들어도 위로가 되지만 부를 때 더 큰 위로가 됩니다. 부르는 나도 위로가 되지만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춤도 나옵니다. 한이 흥이 되기도 하고, 신이 되기도 합니다. 신난다는 말은 내 속에서 신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은 내 속에 있는 신의 모습도 알고 있었나 봅니다. 백성이 부르는 노래가 서로의 괴로움과 외로움과 슬픔을 씻고, 다시 태어나는 모습으로 하늘과 땅을 잇기 바랍니다.

저는 요즘 민요를 배웁니다. 아리랑을 부르고, 노랫가락을 배웁니다. 창부타령을 부르면서 어렵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가사도 운율도 우리네 모습을 닮았습니다. 평탄한 부분이 없습니다. 세상의 곡절이 민요 속에서 굽이굽이 흘러갑니다. 민요는 그대로 제게 위로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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