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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철부지 유튜버와 ‘밀라노 할머니’

코로나19와 온라인 공룡 아마존 때문에 미용재료상 운영이 점점 힘들지만 가뭄에 단비 내리듯 폭풍 쇼핑으로 숨통을 틔워주는 손님들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속눈썹, 손톱, 메이크업, 가발, 붙임머리 등을 사가니 이젠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유튜버라며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

화장이나 머리손질법을 가르치며 많은 구독자를 거느려 제법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구독자 몇 백을 가까스로 넘긴 신출내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아직 앳된 얼굴인데 영상을 찾아보면 과한 화장과 자극적인 옷차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인기 유튜버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며 그것을 유지하려면 일상을 온통 헌신해야 될 텐데. 선정적 일상의 브이로그를 올려 구독자와 조회수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겠지만 특별한 콘텐츠 없이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인생에 자동문 열리듯 스르르, 저 혼자 해결되는 일이 있던가. 채널운영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다 포기할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대박을 바라는 철없는 딸을 말리기는커녕 응원하는 그녀의 엄마는 실업수당으로 받은 데빗카드를 선뜻 내민다.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마냥 반가울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내 아이가 유튜버를 한다고 하면 어땠을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보는 것 자체는 멋지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하냐고 야단이나 쳤겠지. 나름 오픈 마인드를 가졌다고 믿었는데 나도 ‘라테’를 소환하는 꼰대 기질이 있나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늙지 않는다는데 나이듦의 징조가 보인다. 각성이 필요하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영상물 속에서 알곡과 쭉정이를 고르기도 힘들어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 영상을 보다 ‘밀라노 할머니’를 찾았다. 패션 관련 일을 오래한 분인데 “제 채널을 보는 여러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제가 좀 더 노력할게요”라며 후배세대에게 삶의 지혜를 전한다.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멋쟁이다. 나보다 열 살 연상인 그녀를 보며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에 내 나이가 늦었다고 생각한 것을 반성했다. 내가 만일 유튜버를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뿌리고 열심히 가꾸지 않은 사람은 가을이 와도 수확할 것이 없다던데, 부끄럽다.

팬데믹으로 헬스클럽이 닫아 영상을 보면서 산책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혼자 걸어도 누구랑 함께 걷는 느낌이라 지루하지 않다. 남편도 집 안팎의 소소한 수리는 기술자를 부르는 대신 유튜브를 본다. 최근에는 냉난방조절기를 고쳐 먹통이 된 에어컨을 켤 수 있었다.

자신의 지식을 센스 있는 자막과 편집으로 쉽게 전달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부럽다. 돈을 벌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가 좋아해서 잘 할 자신 있는 것을 콘텐츠로 만들고 발전시키면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기 마련 아닐까. 이리저리 표류하더라도 방향키를 놓치지 않는다면 잘 다듬은 보석처럼 빛나는 그날이 오지 않겠는가.

등화가친의 계절이다. 독서를 하며 나 자신에게 침잠하기에 가을만한 계절도 없다. 개미지옥처럼 빠져 허우적거리던 유튜브에서 벗어나 그동안 미뤄두었던 책을 읽어야겠다.


최숙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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