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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정말 가을은 무엇인가?

가을은 단풍의 계절
온갖 것들을 채색하고 화사하게 단장한다
나뭇잎마다 단색에서 원색으로 온갖 천연색으로 장식한다
나뭇잎은 죽어가는데 가장 멋진 색상의 축제를 벌인다
사람도 건강할 때보다 병약할 때 백치미라고 하지 않던가?
나뭇잎들은 메마르고 죽어가도 조물주를 위해서
최고 최대의 카드 색션을 벌인다
조화, 균형, 패턴을 어디에 비기랴



가을은 후각의 계절
나뭇잎 마다 각기 제 맛을 내고 제 향을 토한다
곡식이 볶아질 때 향기로운 냄새가 나듯
나뭇잎도 쓰러지고 고사 당하나 천연향을 발한다
그야말로 향기의 축제
그래서 여인들은 향수를 좋아하는가?

그런데 가을은 또한 죽음의 계절
나뭇잎들이 떨어져 밟히고 마침내 땅에 묻힌다
추위 전에 대지를 덮고 떨어진 씨를 땅에 감춘다
겨울에 나뭇잎들은 썩어 퇴비가 되고 봄의 발아를 촉진하다
진정 가을은 사의 입구, 주검의 전주
올라간 것은 내려오고 달린 것은 떨어진다
호흡 있는 것마다 시체가 되고 썩으면 새 생명으로 부화한다
가을은 이런 의미에서 가장 십자가의 정신을 나타낸다
“죽으면 살리라” 죽지 않으면 땅 위에 구르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러나 죽으면 땅을 비옥하게 하고
또한 썩으면 새싹의 요람이 된다
인생도 왕성한 청장년을 넘어 실버 세대로
가을에 죽음의 문턱에서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된다면
그의 죽음이 새로운 출발의 밑거름이 된다면
생명은 죽고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생명의 회귀를 계속하고 자연을 풍요롭게 할 뿐이다

이 가을에 죽어가는 것들을 노래하자
단풍의 화사함에만 현혹되지 말고
타들어가는 나뭇잎의 후각에만 매료되지 말고
“죽어야 산다”는 진리를 깨닫고
진정 죽을 자리, 죽는 역할, 죽을 이유를 조물주께 묻고
십자가로 우리 모두를 내놓고 드리자
생명을 내신 이가 우리의 죽음 위에 당신의 부활을 증거하시리라
우리의 포기 자멸에 당신의 영생과 구원의 신비를 나타내리라

주검의 계절이여! 삶을 더 진지하게, 그리고 생명을 더 부요하게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 말라
죽어서 살고 죽는 데서 부활과 영생의 봄이 싹튼다



남궁전 목사 / 베다니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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