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六國論<육국론>
“여섯 나라가 파멸한 것은 칼날이 무뎌서가 아니다. 전쟁을 못해서도 아니다. 폐단은 진(秦)나라에 바친 뇌물이다. 진에 땅을 뇌물로 바쳐 국력이 줄면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六國破滅 非兵不利 戰不善 弊在賂秦. 賂秦而力虧 破滅之道也).”소순이 볼 때 진이 전쟁으로 정복한 땅보다 제후들이 스스로 바친 면적이 100배에 육박했다. 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패권국의 등장에 좌불안석이 된 제후들의 근심 역시 한이 없었다. 평화를 구한다며 선조들이 피땀으로 개척한 영토를 초개(草芥)처럼 진에 바쳤다. 뇌물이 잦아질수록 진의 침범은 줄기는커녕 더 늘었다. “땅으로 진을 섬기는 것은 땔감을 안고 불을 끄는 것처럼, 땔감이 다 타지 않는 한 불은 꺼지지 않았다.”
무고한 희생도 나왔다. 동쪽의 강국 제(齊)나라와 뇌물을 바치지 않은 채 버텼던 연(燕)나라와 조(趙)나라다. 소순의 해석은 날카롭다. 제나라가 망한 이유는 나머지 나라를 돕지 않아서다. 아무리 패권국 진과 친했어도 모두 망한 뒤 홀로 진에 맞설 수는 없었다. 연나라는 태자 단(丹)이 자객 형가(荊軻)를 보내 진왕의 목숨을 노렸다. 망국을 자초했다. 조는 진과 5전 3승 2패를 기록하며 결사 항전했다. 진의 이간계(離間計)에 무너졌다. 조왕이 명장 이목(李牧)을 스스로 제거했다. 곧 망국을 맞이했다.
소순은 한탄한다. “진에 바친 뇌물을 천하의 모신(謀臣)에 하사하고, 진을 받든 정성으로 천하의 비범한 인재를 예우해, 힘을 모아 서쪽 진나라에 대항했다면”이라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절대 적의 오랜 위세에 겁박당해서는 안 된다(爲國者無使爲積威之所劫哉)”고 경고했다. ‘육국론’의 마지막 문장은 북쪽 거란에 맞서던 송(宋)은 물론 지금도 참고할 만하다. “만일 천하가 크다는 이유로 여섯 나라가 망한 전철을 뒤따른다면 이는 육국보다 더 하수인 셈이다(苟以天下之大 下而從六國破亡之故事 是又在六國下矣).”
올해 홍콩 대입 시험 중 고전 과목에서 ‘육국론’이 빠졌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로 학업 부담 경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진제국을 꿈꾸는 베이징의 속내만 들켜 버렸다.
신경진 / 중국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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