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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길(道)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옆방에서 자는 사람 깨우지 않게 살며시 집을 나와 호숫가를 걸었습니다. 산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편합니다.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조용히 생각할 수 있어 좋습니다. 길을 걸으며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돌아봅니다. 과연 나는 나의 길을 잘 걸어온 것인가. 갈림길에서 미국을 선택한 것은 잘한 것인가. 한국에서 산 것보다 더 긴 세월을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미국은 더는 타향이 아니고 고향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형제, 친구 많이들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거지 하면서도 한 가닥 회한이 있습니다. 살아온 길을 회상하며 한문의 길 도(道) 자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 길도 자는 제가 다루기에는 엄청 어렵고 무거운 글자입니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 등 옛 성현들께서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올바른 길에 대해 말하였으며 여기에서 기독교, 불교, 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의 도는 사랑이며 불교의 도는 자비입니다. 유교의 도는 유(儒)인데 유 자는 사람 인(人)과 쓸 수(需)의 합성어로 쓸모 있는 사람, 쓸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는 한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므로 도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단순히 글자를 파자한 측면에서 도를 생각해 보려 할 뿐입니다. 길도 자는 머리 수(首) 자와 느릴 착자의 합성어입니다. 이 두 글자는 모두 상형문자입니다. 머리 수 자는 사슴의 머리를 상형화하였다고 하며 느릴 착 자는 하마가 삐뚤빼뚤 걷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하마는 곧게 걸어도 사자나 다른 짐승보다 느린데 지그재그로 걸어가니 얼마나 느리겠습니까. 여기서 도 자를 직역하면 머리를 느리게 하는 것이 길이다. 이렇게 됩니다. 머리를 느리게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생각해 봅니다. 언뜻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머리를 빨리빨리 하는 모습과 비교해서 머리를 천천히 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머리를 빨리빨리 하는 모습은 속단 속결하는 모습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막 하는 모습, 머리를 계속 돌리는 것, 속된 말로 잔머리 굴리는 것, 이런 모습입니다. 머리를 천천히 한다 함은 신중할 것, 한번 생각할 것, 두 번 생각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것이 도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빨리빨리 문화가 있습니다. 행동은 빠르지만, 머리는 천천히 해서 속단에서 오는 시행착오가 없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알지도 못한 길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런 길일수록 빨리빨리 걸을 것이 아니라 머리를 천천히 하고 좌고우면하여 왼쪽도 살피며 오른쪽도 주의하며 걸어 가야 합니다. 더욱이 경제가 어깨를 찍어 누릅니다. 오죽이나 상황이 안 좋으면 코로라 블루라는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 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지키기 어려운 것 두 개가 있습니다. 그것은 상식과 기본이었습니다. 이 두 개만 잘 지켰더라면 그때 그렇게나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성합니다. 지금 전 세계가 앓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 살고 있지만, 머리를 천천히 하고 상식과 기본을 지키면서 코로나 사태를 건강히 슬기롭게 넘기시기 바랍니다.




이강민 /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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