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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나훈아 씨 말대로 미국 사람은 왜 말을 안 들을까? - 공중보건 발목 잡는 미국의 연방제도

주마다 정책 천차만별
중앙정부 보건 통제권 절실

전국 의료정보 통합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필요

올해 초부터 미국을 강타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지난 8개월 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특히 수많은 사망자를 낸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여름 동안 잠시 누그러지는 듯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가을이 되면서 이제까지 없었던 최다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팬데믹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 나라가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해 더욱 기승을 부릴 코로나19에 의해 얼마나 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지 큰 걱정이다.



코로나 극복, 최우선 국정 과제

지난 11월 초 대선을 장악한 코로나19는 바이든 정권의 최우선 국정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며칠간 뉴스를 장식한 95% 효력의 백신 개발에도 큰 기대를 걸어 본다. 그러나 일단 현실을 살펴보자. 24일 오전 통계 기준으로, 전 세계 총 확진자 5920만 명 중 1250만 명이 미국인으로 21%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사망자 140만 명 중 25.8만 명이 미국인이다. 세계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약 20%의 피해자가 나온 셈이다. 그야말로 압도적 세계 1위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의학을 바탕으로 의료 선진국이라 자부해 온 이 나라가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나? 미국에서 발생한 그 수많은 피해의 원인을 현 정권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다. 반드시 잘잘못을 따진다면 미국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최근 KBS 한가위 콘서트에서 나훈아 씨가 코로나19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국, 보십시오, 왜 저렇게 많을까요? 말을 안 듣는기라 고마, 뚜드려 패도 말을 안 들어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자신 외에도 이웃을 위한 여러 가지 예방 캠페인이 오랫동안 나돌아도, 미국 사람들은 말을 잘 안 듣는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는 동안 각 주, 시, 그리고 연방정부가 사용했던 코로나19 대응법은 일관성 없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주와 도시는 학교와 모든 사업장을 닫아야 한다고 떠드는 반면, 몇 마일도 안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는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었다. 어떤 주는 마스크 착용을 보건 명령(맨데이트)으로 내렸지만, 한창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다수의 주에서는 아직 마스크 착용을 맨데이트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팬데믹 대응에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연방-지방자치 제도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연방제도가 얼마나 전 국민의 보건 보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코로나19가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건국 이래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권력을 나누어 갖는 연방제도를 시행해왔다. 18세기 말 자칫 갈라질 뻔했던 큰 땅덩어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유일한 안전장치였다고도 할 수 있는 미국의 연방제도는 중앙정부가 50개 주를 하나로 통치하면서 통합된 권력을 다시 지방 정부와 나누는 분권의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연방정부와 주 정부 사이의 권력 행사에 있어 갈등과 대립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큰 위기 상황에서 긴급 의료정책에 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이견과 마찰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제까지 늘 그러했듯이, 의료정책은 지방정부의 소관이므로, 중앙정부가 함부로 좌지우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팬데믹과 같은 공중보건문제의 대응에 있어, 온 나라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하는 미국의 개인주의 문화 역시 이러한 통합을 이루는데 큰 장애물이다.



팬데믹 위기 공동 대응 필요

미국의 연방제도는 의료시스템 문제 외에도 이민, 환경, 빈부에 따른 여러 지역적인 문제들을 융통성 있게 잘 해결해 왔다. 특히 국민 주권의 민주주의 이념과 지방자치에 근거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각 주의 사회 경제는 발전해 올 수 있었다. 한 예로, 연방주의적 전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의료제도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공동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를 들 수 있다.

메디케이드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주정부 자체가 운영하게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각 주의 특성에 따라 주어진 자원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오바마케어를 통해 메디케이드의 확산은 미국 의료보험 혜택의 사각지대를 크게 개선해 왔다.

지난 4년간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었지만, 바이든 정권은 다시 메디케이드 확산의 시동을 걸 것이다. 주마다 빈곤 가구의 기준, 보험 미가입자, 질병의 분포 등이 다르다 보니 메디케이드의 대상자 기준이 주별로 다르고, 이에 따른 각 주의 메디케이드 예산의 지출 수준과 집행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연방정부의 지침과 각 주의 제도 운용 사이에도 어느 정도의 마찰은 계속되지만, 각 주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연방제도가 각 주정부에 주는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팬데믹과 같이 미국의 모든 지역이 공통으로 겪는 공중보건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국가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긴급통제권 발동이 절실하다. 이는 마치 WHO(세계보건기구)가 글로벌 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통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처럼, 미국은 50개의 조그만 나라와의 통합을 유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미국 땅 안에서 소위 글로벌 헬스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의 문제가 더는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영토 어디에 살던 그것이 곧 우리가 모두 겪을 문제인 것이다.

작년 겨울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그리고 불과 8개월 전 이탈리아에서 수천여 명의 사상자가 생겼을 때도, ‘설마 우리도?’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프리카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사는 우리들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여겨왔지만, 앞으로는 그들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물며, 몇 마일도 채 안 떨어진 다른 주의 문제가 우리가 사는 뉴욕, 뉴저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예방·보건 의학 역할 확대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한 의료문제에 신속히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좀 더 융통성 있는 의료정책이 요망된다. 국민통합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제도와 문화가 절실하다. 코로나19는 집(Zip) 코드를 모른다. 바이러스에게는 국경마저 없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곧 적국과의 전쟁이나 다름이 없어야 한다. 수백 년 동안 별문제 없이 지방자치 제도에 젖어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새로 시작하는 바이든 정권에게는 물론 의료계 지도층에 있는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와 책임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단 다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코로나19 확진자의 상태, 감염률 그리고 병원들의 개인 보호 장비 비축 등 환자수용능력 등에 대한 미국 전역의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모든 의료정보를 하나로 묶는 종합적인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온 국민의 자가격리 의무에 대한 좀 더 강력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뭉쳐야 산다’는 사고의 전환이 우선이다. 아직 10여 개 이상의 주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보건 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일관성 있고 통합된 방책으로만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고 그래야만 다 함께 살 수 있다. 자신만의 자유만을 중요시할 것이 아니라 타인의 권익을 존중하고 서로 협력할 줄 아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수준 높은 국민의식이 필요하다. 자칫 개인주의가 오용되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주위 사람들의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주의로 전락할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

셋째, 의료진에 대한 공중보건 교육의 개혁이 시급하다. 향후 진료의 트렌드는 예방의학, 인구 집단중심의학, 그리고 공중보건학(Public health)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의과대학 및 전공의 교육을 살펴보면 예방 및 보건의학은 매우 미미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팬데믹에 당한 것은 미국의 취약한 퍼블릭 헬스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의료계가 소홀했던 퍼블릭 헬스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실로 절실하다. 퍼블릭 헬스가 차세대 의료환경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강조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새 정권 아래 전개될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이러한 지침 외에도 보건 불균형으로 인해 소수 인종, 저소득층들에게 가중될 코로나19의 피해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정치적 경계를 넘어 공정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흐트러진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지혜로운 정책수립이 시급히 요청된다.


현철수 / 위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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