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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면, 비대면, 선택적 대면

얼마 전 참여한 한 강연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십명의 제한된 참가자들을 크지 않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사 종료 후 같은 건물 내 별도의 스튜디오로 이동해 또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작년까지는 모두 한국을 방문해 한 장소에서 만나던 전 세계 60개국이 넘는 나라의 사람들이 이제는 각자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도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시차로 인해 현지 시각으로 새벽 시간에 접속해 참석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함께 듣고 질문하며 같은 고민을 나누는 광경은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남겨준 몇 안 되는 순기능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 경우는 말하는 사람에게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허락된 것이겠지요.

그날 현장 방문자와 스트리밍 시청자, 회의 참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방법으로 따로 또 같이 행사를 즐겼습니다. 예전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입니다.



다양한 곳에서 각자 나름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직·간접의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더욱이 수십 개 국가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 일은 좀처럼 엄두를 내기 어려운 시도였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어려운 일을 가능케 해 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직접 대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되었을 때 우리의 선택은 모두 비대면으로만 향하게 될까요?

최근 데이터를 통해 관찰한 우리 삶의 변화 중 흥미로운 것은 ‘회식’이 지고 ‘홈파티’가 뜬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이는 행위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모두 줄어들어야 할 것 같지만, 그 변화가 일률적으로 한 가지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낮아진 사무실 내 밀도만큼 늘어난 원격근무를 경험케 해 주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다시 돌아온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부장님은 부서원들을 보고 반가운 나머지 “끝나고 맥주 한 잔?”을 권유하지만 후배들은 감염의 리스크를 내세우며 모임을 갖지 않겠다 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홀로 집으로 가다 발견한 식당 속 실루엣이 부장님을 뺀 나머지 분들의 즐거운 환담으로 채워진 것을 발견한 부장님은 상처를 받습니다.

이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부장님과 함께 하는 딱딱한 회식을 피하기 위한 핑계로 사용된 것입니다. 반면 즐거운 사람과 격의 없는 모임을 갖는 비공식 만남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인지라 이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이죠.

이렇듯 수직적 문화의 ‘회식’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수평적 취향 공동체들의 ‘홈파티’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우리의 ‘욕망’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낸 삶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그 결과가 모두 한 가지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뵙고 차례와 성묘를 하는 오래된 전통이 감염의 우려로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성수기와 같은 객실 점유율을 보여준 특급호텔의 성황 역시 우리의 욕망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더 보여준 예제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허용된 다채로운 대안과 우리의 내밀한 욕망이 만나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만남은 대면도, 비대면도 아닙니다. 오히려 선택적 대면(selective contact)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선택의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이 있습니다.

환경의 변화는 상수로, 욕망의 발견은 변수로 작용하여 앞으로도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발견은 우리가 예기치 못한 변화에 끌려가기만 하는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나름의 주체적 선호와 판단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위안 아닌 위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송길영 / 마인드 마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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