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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얘기] 노자가 말하는 삶 얘기(3)

공자의 이념을 꾸짖은 노자, “멋대로 살아야 잘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된 삶의 사색을 담은 철학은 기원전 800년경 인도에서 시작된 우파니샤드 철학이다. 중국은 이보다 약 300년이 지나 봉건체제가 무너지는 춘추시대 말엽부터 일반인들의 삶을 담기위한 다양한 생각과 사상이 출현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사상으로 지금까지 내려오는 철학은 ‘유가(儒家)사상’과 ‘도가(道家)사상’을 꼽는다.

유가사상은 흔히 ‘공맹사상(또는 공맹철학)’으로 불린다. 공자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사상이요, 맹자가 이를 계승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유가라 함은 공자의 철학을 중심으로 한 학파요, 유학은 이 학파가 만든 학문이다. 유교는 종교적 의미보다는 교육의 의미가 많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유교는 종교라고 볼 수 없다.

유가와 쌍벽을 이루는 도가사상은 ‘노장사상(또는 노장철학)’ 으로 칭하며, 역시 아이디어는 노자를 통해서요, 발전은 장자가 이뤄냈다. 도가는 노자의 철학을 중심으로 한 학파를 말한다.



도교는 중국의 고유 종교다. 하지만 도가사상과 도교는 별개다. 도교는 중국 민간신앙에서 발전한 종교다. 도교에서 노자를 들먹이지만 내용은 노장철학과 별개다. 한마디로 유가, 유학, 유교는 비슷한 개념이지만 도가와 도교는 별개라고 알아둘 필요가 있다. 참고로 한반도 고려시대는 도교가 번창했으며, 조선 건국의 이데올로기가 유학으로 바뀌면서 도교 영향은 사라졌다.

지난주 칼럼에서얘기한 대로 춘추시대 말엽부터 신이 사라지고 인간이 대신하면서 올바른 삶을 위한 ‘삶의 길’, 곧 ‘도’가 탄생했다. 도가 출현하기 전 삶은 ‘하늘’과 ‘덕’ 두 개의 축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도가 출현하면서 삶과 세계를 보는 눈은 신과 하늘의 명령 대신 그 자리에 도가 들어섰다.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도덕’ 은 바로 이 도와 덕이 합쳐진 말이다.

이제 도는 하늘이나 신이 아닌 매우 인간적인 개념이어야 한다. 그동안 믿었던 ‘천명’이 실제로는 상제 개인의 입맛에 맞는 권력 남용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삶의 길 도는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보편적이어야 했다. 이러한 투명성과 객관성, 보편성이 확보된 새로운 삶의 길을 만들어내고자 한 철학자가 바로 노자와 공자다.

공자와 노자는 동시대에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삶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매우 달랐다.

우선 공자는 올바른 삶을 위해서는 누구나 따라야 하는 ‘이상적 가치’를 만들어 이를 실천함이 옳다고 생각했다. 마땅히 따라야 하는 이념과 가치를 내걸고 이를 실천함을 바른 삶으로 본 것이다. 공자자 내건 이념의 핵심은 바로 ‘인(仁)’이다. 공자의 인은 ‘어질다’는 뜻으로 ‘선의 뿌리이자 삶의 기본’ 이다. 공자는 인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본질이라고 얘기하며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사람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보편적 본질을 이상 이념으로 정해놓고, 이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의 삶이 ‘군자(君子)’요 그렇지 못한 삶을 ‘소인(小人)’으로 구분했다.

또한 공자는 인을 실천할 수 있는 일상생활의 법칙을 하나 제시했다. 유명한 ‘황금율’이다.

타인 배려의 원조 황금율은, 남들이 내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을 나 역시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원하면 타인도 원하고 타인이 원하면 나도 원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삶에서 이 규범만 지킬 수 있다면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노자 생각은 전혀 다르다. 공자가 보편적 이념을 제시했다면, 노자는 이 이념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기준이나 가치를 반대하고 개개인의 개별적 삶을 주장했다. 각자 제멋대로 살아야 잘산다는 얘기다. 인과 같은 기준과 이념은 사회를 구분하고 상대를 배제하는 틀로 작용한다고 봤다. 오늘날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이편과 저편, 선과 악을 구분하고 저편은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현상과 같은 말이다.

노자는 모든 가치를 중립적으로 봤다. 기준의 가치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일단 기준을 정하면, 기준에 못 미치는 반대가 양산될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이와 같은 차등과 갈등을 없앨 수 있는 것을 자연에서 구했다. 공자가 인이라는 인간 내면의 본성을 도의 근거로 삼았다면, 노자는 아예 주관이 배제된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도의 근거를 찾은 셈이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노자가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는 자연이다. 그리고 그 자연은 그저 눈에 띄는 대상의 자연보다는 ‘저절로 그러함’이라는 의미의 자연이다. 노자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에서 삶의 답을 구한 것이다. 삶의 길, 도를 제시한 두 천재 철학자 중 한 명은 인간 내면의 어짊에서, 다른 한명은 자연의 자연스러운 존재 형태를 사유의 원천으로 채택한 셈이다.

공맹 철학과 노장철학은 서양의 근대철학과 현대철학의 관계로 비교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계몽주의 근대철학은 이성을 중시한다. 근대철학은 이 이성으로 만들어진 이념을 앞세워 신에게서 나의 삶을 되찾은 생각이다. 반면 현대철학은 신이나 이성이 아닌 가슴 깊은 곳 욕망과 열정이 삶의 본질이라는 생각이다. 남들이 만든 이념이나 가치보다 내 안에 있는 욕망이 시키는 대로 멋대로 살아감이 진짜라는 생각이었다.

공자의 공맹 철학이 인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이념으로 내세운 근대철학과 유사하다면, 노자의 노장철학은 특별한 이념이 아닌 자신만의 욕망으로 제멋대로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 측면에서 현대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 노자의 삶 얘기가 정답인 이유다.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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