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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는 다른 것이다. 말장난이 아니다. 지식과 지혜는 매우 다르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든 사람’과 ‘된 사람’의 차이 같은 것이다.

사전의 설명을 빌리면 지식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인식이나 이해이고,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이것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 중의 하나다. 실제로 학교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많은 사람이 꼭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전문 바보’ 또는 ‘박사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식인과 지성인은 다르다. 지도자에게는 한층 더 다른 덕목에 요구된다. 이에 대해서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아주 명쾌하게 설명했다. 학문으로 익힌 지식과 ‘지도자의 지적 능력’을 구별하면서, 지식인은 “자신은 확실한 비전이 없으면서 타인이 하는 일에는 큰 소리로 비판을 한다”고 규정한다. 즉, 비판을 위한 비판은 잘 하지만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간다.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럴듯한 비판은 넘쳐나는데, 그럼 어쩌자는 거냐, 대안이 뭐냐라고 되물으면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요란하게 시끄럽기만 하다.

오늘날은 통신 수단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덕에 모든 사람이 지식인이 되었다. 그래서 혼란이 한층 더 심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식은 일부 특수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학자들은 물론 정치가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보를 독점하고, 조작하고 요리할 수 있었다.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이 대접을 받고 출세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형편이 완전히 달라졌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온갖 정보가 주르르 흘러넘친다. 지식을 머리통에 넣고 다니는 귀찮은 짓을 할 필요가 없다. 검색만 하면 된다. 사색은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어느 것이 바른 정보이고 어떤 것이 엉터리인지 가리기 위해 순간적으로 잠시 망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균등하고 훌륭한 지식인이다. 교수가 학생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상이 열리고 소통 방법도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자기 생각을 큰 소리로 떠들 수 있게 되었다. 이 동네에선 무조건 목소리 크고, 튀는 놈이 인기를 끌고, 이긴다. 진실이나 대안이나 비전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변해갈수록 지혜, 자기 나름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지적 능력이 소중해지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한심한 중생이다. 가련하다. 대안이랍시고 도덕교과서 읊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을 테고,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할 깜냥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따름이다.

나 스스로 다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한 번 검색하기 전에 세 번 사색하자, 남을 한 번 비판하기 전에 세 번 나를 되돌아보자. 삼사일언(三思一言) 삼사일행(三思一行)이라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흉내 낸 것이다. 이런 것이라도 실천하려고 애쓸 따름이다.

공자님은 명쾌하게 말씀하셨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라. 그게 지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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