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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걸작 탄생의 주역 vs 조역

25세 젊은이가 만든 데뷔작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 된다? 이 거짓말 같은 실화의 주인공은 오손 웰즈. 1941년 개봉한 그의 첫 장편 ‘시민 케인’은 요즘도 미국영화연구소(AFI) 같은 데서 역대 최고의 미국영화 100편을 뽑으면 으레 1위를 차지하곤 한다.

‘시민 케인’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린 유명인사 케인이 숨진 뒤, 그가 했다는 ‘로드버즈’라는 말의 의미를 추적하며 지나온 삶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스토리텔링과 촬영, 장면 전환 등 다방면에서 혁신적인 기법이 찬탄을 받아왔다. 이를 ‘오손 웰즈의 영화’로 부르는 건 그가 단지 감독이라서만은 아니다. 웰즈는 케인의 젊은 날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직접 연기한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이자, 공동각본가였다. 더구나 그는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보기 드물게 최종 편집권을 보장받은 감독이었다. 흥행 등을 위해 영화사가 자르고 붙이고 간섭한 게 아니라 온전히 감독의 의지대로 ‘시민 케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지난달 극장 개봉한 ‘맹크’는 이런 걸작의 탄생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웰즈는 이 영화의 조역일뿐. 주인공은 그와 함께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이 올라있는 허먼 J 맹키위츠(게리 올드만)다. 극 중 40대 초반의 맹키위츠는 번득이는 재능과 유려한 말솜씨, 냉소적인 반골 기질에 곧잘 술독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런 그가 웰즈의 의뢰를 받아 기한 내에 ‘시민 케인’의 초고를 써야 하는 현재와 그의 과거를 뒤섞어 전개하면서 30~40년대 할리우드의 면면을 펼쳐낸다.

과거 맹키위츠는 나름대로 할리우드의 ‘단맛’을 누렸다. 케인의 모델로 여겨지는 기업가 허스트, 그 정부인 여배우 메리언(아만다 사이프리드)과도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맹키위츠는 ‘시민 케인’의 집필 과정에서만큼은 지인들의 회유에도, 할리우드 안팎의 시스템에도 순응하지 않는다. 작가로서, 창작자로서 뚝심과 근성을 추구하는 면모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맹크’는 흑백으로 촬영한 데다, 현재와 과거를 계속해서 교차하는 전개 등에서도 자연스레 ‘시민 케인’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맹크’는 2주 먼저 극장에서 상영하고 곧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 극장가와 영화산업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할리우드의 과거, 특히 작가정신을 다룬 영화가 호평을 받는 현실이 좀 묘하다. 물론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오래 꿈꿔왔던 일이다. 2003년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 잭 핀처가 써둔 시나리오가 ‘맹크’의 바탕이다.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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