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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 체험기

미국에 유학 왔던 첫 학기였다. 켄터키주 시골 동네에 있는 애즈베리신학대학원인데 11월 말 가을학기 끝날 무렵이다. 우편함 게시판에서 광고 하나를 읽었다.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요원을 찾는단다. 여비와 숙식비 그리고 용돈을 준다고 했다. 마침 옆에서 그 광고를 읽던 인도 출신 학생이 자기도 지원하겠다며 같이 해보잔다.

신학생이 되었으니 선한 일도 한 가지 하고 싶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생활과 신앙을 더 속속들이 배우는 기회가 될 것도 같았다. 선뜻 동의했다. 그리고 광고 옆에 있는 간단한 지원서를 써서 보냈다.

첫 해에는 수도 워싱턴 근처로 배당되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였다. 구세군 교회에서 숙식은 마련해 주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도 받았다. 자선냄비는 현금이나 수표를 넣을 수는 있지만 꺼낼 수는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구세군 담당관만이 가진 특수열쇠로 중간에 한두 번 그리고 마지막에 열어 정산해서 가져간다.

유명한 대형백화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설치된 모금 자선냄비 앞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Loving Is Giving(사랑은 주는 것).’ 이국 땅의 종치기 쳥년이 된 나는 ‘고맙다(Thank you)’와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소서(May God bless you)’로 답례했다. 가끔은 한국식으로 허리 굽혀 절도 했다.



한 번은 양장을 한 40대 여성 셋이 걸어오고 있었다. 외양으로 보아 코리안들이었다. 한국말로 떠들다가 내 가까이 오면서 말을 뚝 끊었다.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로 인사했더니 응답도 않고 그냥 외면하고 지나갔다. 마치 무슨 못 볼 것이나 본 것처럼 흘금거리며 빠른 걸음걸이였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강도 만난 사람을 외면했던 제사장과 레위사람들 생각이 났다.

다음 해 가을학기가 끝났을 때 또 그 종치기 봉사자로 지원했다. 이번에는 인디애나주 해몬드라는 도시로 배정받았다. 두 번째 경험이고 또 영어 실력도 늘어서 자신감도 생겼다.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는 사람들에게 더 다양하게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어떤 젊은 부부는 세 아이를 데리고 와서 자선냄비와 나를 둘러섰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되는 막내 아이가 영어로 엄마에게 물었다. “마미, 이건 뭐하는 거야?” 엄마가 간단하지만 핵심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세 아이들이 각각 기부봉투를 손에 쥐게 하고 현수막에 걸린 구호를 복창시켰다. '러빙 이즈 기빙.' 기독교교육학 석사과정을 수학하고 있던 필자에게는 어디에서도 체험하기 어려운 모범 가정교육을 관찰하고 학습한 기회였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마법 앞에 모두가 벌벌 떨며 한 번만 살려줍소사 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미국이나 한국 국민이 다행인 것은 그래도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높은 수준으로 정비돼 있다는 점이다. 양식 없어 굶주리는 가족이 있다면 정부기관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사각지대는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제언한다. 이번 팬데믹 시즌에는 모든 미주한인교회들이 구세군 자선냄비 사업에 참여해 보았으면 좋겠다. 비록 자선냄비 종을 울리지 않더라도 각 교회가 한인들 가운데 식량과 생활필수품이 부족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도와야겠다. 특히 식량이 없어 굶어야 하는 동포들이 어느 교회에든지 연락하면 기본식량을 지체 없이 공급하자는 뜻이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교회들도 있다. “네가 점심이나 연회를 베풀 때 너의 친구들, 친척들, 형제들, 그리고 부유한 이웃들을 초대하지 말아라… 대신에 가난한 사람들, 절름발이들, 그리고 눈 먼 사람들을 초대하여라.” 성경말씀 그대로 실천해 보자는 뜻이다.


이정근 /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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