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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수용소에서 찾은 삶의 의미

“살기가 힘들어지면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나 아래를 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보다 더한 시련을 겪는 사람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하셨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몇 달 전에 정신과 의사 빅토르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읽었다. 그가 나치 수용소에서 풀려 나온 후 그 경험을 쓰게 된 이유는 ‘극한 상황에서도 삶에는 의미가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수용소로 가는 나흘간의 기차 여행 동안 빵 한 개가 양식의 전부였다. 도착 후 그는 독일 군인 앞에 섰다.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키기에 그리로 걸어갔다. 작업장으로 향한 곳이다. 왼쪽으로 간 사람들은 가스실로 보내졌다. 굴뚝에 검은 연기가 나고 기차로 온 사람의 90%가 이미 하늘 나라로 갔다고 들었다. 2분 안에 옷이 벗겨지고, 온몸의 털이 깎여 나갔다.

새벽이면 줄을 지어 작업장으로 걸어 갔다. 부종이 심해 구두 안으로 발을 넣을 수가 없었다. 구두 속으로 눈이 들어가서 걷다가 넘어지면 총의 개머리판으로 맞았다.



겨울과 봄에 발진티푸스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그는 잠을 자지 않고 작은 종이에 그 책의 초고가 됐던 내용의 요점을 적었다. 바람 속에서 힘든 행진을 할 때에 아내를 생각하면 영적 용기를 얻었다.

프랭클은 발진티프스 환자 수용소로 자진해 떠났다. 노동을 계속하다가는 2주가 안 되어 죽을 테니 이왕이면 의사답게 환자를 돌보다 죽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 수감자가 너무 배가 고파서 식량 창고에서 감자를 몇 개 훔쳤다. 수용소에 같이 수감됐던 사람들은 훔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 독일군은 도둑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으면 하루를 굶기겠다고 했다. 수용소의 2300명은 굶기를 택했다.

하루 종일 막사에 누워 있는데 불이 나갔다. 누구인가 그에게 정신 치료를 부탁했다. 그는 우선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질 이유를 찾게 했다. 가족, 건강, 행복 등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니체의 말도 인용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그대의 경험은 이 세상 어떤 권력자도 빼앗지 못한다”는 말도 했다. 지금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 보고 있다. 친구, 아내, 하느님이 지켜보고 있다. 의연하게 시련을 이겨내고, 어떻게 죽어야 할지도 알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했다. 그때 불이 들어왔고 많은 사람들은 울고 있었다.

프랭클 박사는 강제 수용소의 경험을 비탕으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치료 이론을 정립했다.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찾는 일에 중점을 둔다. 의미를 찾음으로써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지만 삶에는 의미는 있다. 그 의미를 찾는 노력이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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