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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지우기’와 ‘버티기’

선출된 신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임 대통령 ‘지우기’다. 특히 올해 대선처럼 정권이 바뀌면 전임자의 흔적 없애기는 더 치열해진다. 은연 중에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폄하하는 의도도 담긴다.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무력화하는데 가장 유용한 도구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행정집행 권한이다. 의회의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지만 법에 준하는 효력을 지닌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후 총 4244건이 발동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총 276개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매년 평균 34.5개 꼴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194건에 서명해 매년 48.5개로 많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의회와의 협력을 통한 입법 과정이 어렵자 대통령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을 택했다. 의회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선거 공약으로 “오마바 대통령이 서명한 ‘비헌법적인’ 모든 행정명령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첫 번째 제거 대상으로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지목했다.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를 끝내고 백악관에 들어가는 즉시 서명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도 취임 후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되돌리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이 다시 상원을 장악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명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트럼프의 정책을 폐기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워싱턴 정가는 바이든 당선인이 지워버릴 트럼프의 정책 1호로 반이민 제도와 국경장벽 설치를 예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금도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트럼프 행정명령에 의해 장벽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철회할 것은 확실하지만 민간업자와의 공사계약 등 여러 문제로 쉽지는 않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문제도 바이든의 과제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에 세계가 공동대처하자는 취지로 195개국이 참여했다.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를 채택했다. 트럼프의 탈퇴 이유는 단순하다. 지구온난화도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미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국민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4일 공식 발효된 미국의 탈퇴와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은 “77일 후에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히 못박은 ‘77일’은 탈퇴한 날부터 내년 1월 20일 취임식까지의 기간이다.

이민 정책은 미국 사회의 근간을 세우는 결정이고, 기후변화는 지구촌 전체의 중대 관심사다. 4년의 짧은 임기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에는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파격적인 행적을 남겼다.

바이든은 이민문제와 기후협약 외에 지워야 할 트럼프의 자국들이 많다. 대외적으로 미국 주도의 질서를 회복하고 동맹과의 관계도 복원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철수 문제도 바이든과 트럼프는 엇박자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세금 및 기업 정책, 알래스카 북극권 석유 시추 등 트럼프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소속 정당의 이념 차이를 떠나 외교, 경제, 이민, 환경 등 대부분의 사안에서 양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정권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난제는 산적하다.

트럼프를 남기려 하고 바이든은 없애려 한다. 바이든은 트럼프 지우기에 들어갔는데 트럼프는 선거에 불복하며 버티기에 나섰다. 명분도 유례도 없는 버티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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