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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사색] 빚 갚기에 좋은 계절

빚이라 하면 흔히 갚아야 할 돈이나 재물을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빚이란 돈 같은 물질이 아니라, 살면서 느끼는 마음의 빚을 말한다. 마음의 빚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친구나, 동료, 나아가 이웃으로부터동정 어린 관심이나, 사랑, 또는 도움받은 것에 대한 감사한 느낌, 또는 그와 유사한 행위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누군가로부터음식 대접을 받았다면, 똑같이 자신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 주려는 생각이나, 마음의 다짐 같은 것을 말하고,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호 동등한 관계로서 빚을 갚는 일도 있지만, 본뜻 아니게 나의 실수로 타인에게 곤란한 일을 겪게 했거나, 또는 도움을 받았지만, 은혜 갚는 일을 망각하여 인간관계에서 결례를 행하는 그런 일로서 빚지는 일도 있다. 어떤 때는 미안함이나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람사는 것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있어 간단하지 않은데, 어떻게 항상 사람들과의 부딪침 가운데 발생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정신이나 마음을 쏟고 “주고받는(Give and Take)”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나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려니” 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동양의 노자는 “항상 그러한 현상, 상황”을 우주 만물 운행의 근본으로 삼았는데, 그 말을 좀 펼쳐보면, 사람 사는 삶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약속 같은 조건이 아니면, 갚아도 되고, 안 갚아도 되는 것 역시 하나의 당위적 무위(無爲) 현상으로서 굳이 무리하게 모든 일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는 인위적 힘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즉 ‘무엇을 위해서’ 또는 ‘무엇을 해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대로 자연적 현상의 삶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입장은 스위스 출신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ubler Ross)의 ‘상실수업’에서 볼 수 있는 내용과 유사하다. 퀴블러 로스는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지 말 것을 말한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 뻐겨도 하늘 아래 놓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런 면으로나 저런 면으로나 다 같은 조건속에 있으므로 그저 있는 상황 그대로 살아갈 것을 말하고 있다.

퀴블로 로스의 견해를 인간 삶에 적용하여 보면 그 또한 인정할 만한 말이 된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일거수일투족까지 완벽하게 타인이나 자기 자신에 반응하며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면 머리가 아파질 것이고, 또 스스로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인간 심리의 틀을 떠나서 살 수 없다. 미안한 마음이 생기면 미안하다 말하는 것이나, 고마우면 고맙다 말하는 것이 인간의 성정이다. 사실 상대방에 대해 지켜야 하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성인 양심 때문인데, 그 양심 때문에 고마움의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성경도 상대방에 대한 예를 다 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사랑해야 하고, 나누어 갖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관용하는 것을 반듯이 신앙생활의 중심으로 실행해야 하는 것을 가르친다. 마음의 빚을 졌으면 갚을 것을 가르친다. 그래서,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도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말한다. 사랑에 빚지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가지고 빚진 것을 갚는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그렇게 할 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뒤따르는데 사랑이든, 도움이든, 동정이든, 마음의 빚을 갚으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기쁜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맺혔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담을 벗는 일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요즈음이야말로 사랑의 빚 갚기에 좋은 계절이다. 감사절 전후 기간이므로, 또 사랑이 오가는 성탄절, 또 며칠 후는 새해다. 그래서 마음의 빚진 자들에게 빚 갚기에 좋은 명분이 있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인간 누구나 보이게, 보이지 않게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 동료, 이웃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이 좋은 계절에 마음의 빚 갚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 행복해질 것이다.


장석민 목사 / 빛과 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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