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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희망의 나무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는 호황이었다. 그 물결을 타고 주식 투자의 열풍이 불어닥쳤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 주식을 긁어모았고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러나 192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돈이 풀리지 않았고 기업들의 재무 상태도 심각해졌다. 늘어난 재고는 노동자들의 해고로 이어졌고, 이런 불길한 현상은 곧 주식 시장에 반영되었다. 1929년 10월에는 25%에 달하는 주가 폭락으로 미국 경제는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은행은 파산했고 인구의 1/4이 넘는 수는 실업자가 되었다. 세계 대공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에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차례로 건축되었다. 특히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자리를 지켰던 미국의 상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주의 투자로 세워졌는데, 대공황의 영향으로 반 토막이 된 자재 가격과 낮은 임금으로 건축을 시작한 지 단 1년 만인 1931년에 완성되었다.

같은 해 겨울, 라커펠러 센터를 건설하던 노동자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6m 크기의 트리를 세웠다. 1933년부터 이 트리는 연례행사 화 되었고 1951년에는 방송을 통해 점등식 실황이 미전역으로 중계되었다. 올해의 트리는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65마일 떨어진 뉴욕 주의 작은 도시 플로리다에서 커팅되었다. 키 23m에 무게는 11톤에 달하는 노르웨이 단풍나무로 11월 14일에 뉴욕시로 옮겨왔다. 연말에 열리는 또 하나의 빅 이벤트인 타임스스퀘어의 새해맞이 행사 역시, 지난 2일의 트리 점등식처럼 비대면 행사로 진행된다.

10월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코로나 확진자 수는 최근 하루 2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연말 공연의 상징과도 같은 라디오시티 뮤직홀의 패밀리 콘서트인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Christmas Spectacular)’를 비롯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그리고 뉴욕 시티 발레의 ‘호두까기 인형’ 역시 모두 취소되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공연예술의 부분적인 재개 가능성을 희망했지만, 또다시숨죽이며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운 국면이 되었다.



올 연말의 클래식 공연은 말 그대로 전멸이다. 2020년은 매년 12월 줄지어 이어지던 메시아 공연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는 유일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유일한 메이저 단체의 공연은 오는 17일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 주자들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과 저명한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가 함께 꾸미는 비대면 콘서트가 유일하다. 이날 공연에는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2번과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가 연주된다. 뉴욕은 비대면 공연을 위한 리허설이나 영상 촬영을 진행할만한 장소와 환경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전문 공연장에서 비대면 공연을 계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말의 특별함을 기대했던 사람들과 공연을 준비해오던 사람들 모두 이 모순적인 상황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10년간의 대공황의 시기에도 희망을 나무를 세웠고, 역사적인 건축물을 올렸다. 지난 수요일 점등식을 가졌던 단풍나무는 뉴욕에서의 임무를 마치는 대로 마을을 세우고 집을 짓는 국제단체 ‘Habitat for Humanity’에 기부되어 또 다른 씨앗을 심는다. 그렇다. 최선을 다해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은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이다.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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