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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슬픔 속에 피어나는 행복

혈압약을 복용하며 아무 문제 없이 살았는데 종합검진을 위해 병원에 들어가고 계획도 예고도 없던 수술을 한다더니, 깨어나지 못하고 가셨다는 소식이다. 유난히 둘째 오빠를 챙기던 인자씨가 전해온 비보다. 아프기라도 했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멀쩡하니 잘 살다 검사하러 들어가서 변을 당했으니 그 마음 어찌 헤아려 줄까.

직접 인사를 나눈 분은 아니지만 나랑 갑장이란 말에 친근감을 느꼈었다. 인자씨와 기타 동아리 모이는 날, 두어 번 뵈었던 분이다. 갑작스레 장례 치르고 북가주로 돌아가면서, 떠난 오빠 생각보다 홀로 남은 올케언니가 걱정된다고 예쁜 눈에 진주알처럼 커다란 눈물을 달고 나를 보던 인자씨.

올케언니 내가 만나 볼테니 걱정 말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병환 중인 남편 잘 섬기라 일렀다. 첫 결혼에 실패한 둘째 오빠가 15년 전에 재혼을 했는데 다행히 아주 행복하게 잘 사셨다며 두 분 금실이 좋았기에 올케가 견디기 힘들어 한다고 혼자 두고 가기가 맘 아프다는 사연이다. 일면식도 없지만 우선 인자씨 친구 입장에서 함께 기도하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기타 완전 초보는 가르칠 수 있으니 그렇게 자주 만나면 좋겠다며 부탁이다. 내가 과연 어떻게 위로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님 안에서 뭔가 통하지 않을까 믿었다.



예수님이 중재하시니 우린 대화가 통한다. 역시 두 분 결혼생활은 꿀이 뚝뚝 흘렀던 행복한 생활이었다. 오히려 지난 얘기 들으며 내가 위로를 받는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이 이상한 마력으로 흡수된다. 얼마나 좋은 글감인지 미리 행복해진다.

남편 베개 붙들고 울고, 둘이 앉던 식탁에 홀로 앉아 울고, 남긴 유품들 붙들고 울고, 하루 24시간을 남편과 얘기하듯 보내는 일상이 내가 보기엔 행복한 순간들로 전해져 온다. 실컷 울라고 했다. 생각나는 행복한 추억들 붙들고 계속 울라고 했다. 말리고 싶지 않고 부러웠다. 그립다 생각할 수 있는 감성 있음이, 꺼내 볼 수 있는 사랑 있음이 부럽다. 그게 행복이니까.

우연히 법륜스님이 상담하는 동영상을 봤다. 남편 잃은 어느 부인이 석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날마다 울며 산다고 하소연한다. “언제까지 울거냐? 아무 때 끝내도 멈출 것 아니냐. 어차피 정상으로 돌아올 것 아니냐. 그렇다면 뭣하러 그리 울며 사냐? 미리 끝내고 정상생활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무심한 듯 주시던 조언이 묘하게 설득력 있게 들렸다.

목사님의 설교와는 다른 형태지만 한 번 찾아서 들어보라고 알려줬다. 형태 없이 구름 잡는 말씀이 아닌 실제로 내 입장이 되어 가슴에 박히는 힘이 될 수도 있으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을 찾아보라 했다. 추수감사절 연휴에 친구와 북가주에 사는 다른 친구집에 들렀다 시누님(인자씨)댁에 들른 후 돌아와서 찾아보겠단다.

행복한 올케 걱정 놓으라고 오빠 보낸 인자씨에게 문자를 보낸다.


노기제 /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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