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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세월의 소리

끝 모르게 펼쳐진 바다, 바다를 보기 위해 샌타모니카 해변으로 간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달려온 파도가 철썩 때리고 쏴 빠진다. 빠지는 물 위로 또 때린다. 파도 너머 시침 떼는 수평선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자비롭다. 구름, 파도, 돛배, 갈매기들이 바람을 탄다.

게으름 피울 새 없이 바쁘기만 한 서해 바다는 무엇에 수줍은가 저녁마다 얼굴 붉힌다.

벌써 12월, 마지막 달이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점으로 가라 한다. 2020년 새해가 겨우 눈에 익어가는데 마무리 도착점이 다가오고 있다. 오가는 정이 그리운 때다.

농부와 달구지 이야기가 있다. 달구지를 힘겹게 끌고 가는 소 옆에 농부가 역시 지게에 잔뜩 짐을 지고 꾸부정하니 소와 걸음을 맞춰 걸어간다. 장편소설 ‘대지’를 쓴 펄벅 여사가 한국 경주의 한 농촌 길가에서 만난 얘기다. 달구지에 걸터앉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갈 수도 있으련만 농부가 짐을 소와 나누어 지고 가는 풍경화가 펄벅 여사의 가슴을 울렸다.



나 혼자는 외롭다. 농부는 소와 함께 있어 외롭지 않다. 내 마음이 푸근하면 달밤의 산 그림자도 아름답다. 흐르는 강물은 외로울 틈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세월의 소리를 듣고 산다.

고향 40년에 타향살이 40년이 바람같이 물같이 흘러가며 귀에 남겨준 선물이다. 늙을 줄 미처 몰랐다. 그냥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은 청춘으로 산다. 신중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사람, 손해 봤다고 후회하지 않고, 산을 벗어나 산을 보듯 그렇게 살아가련다.

흘러간 세월이야 조물주인들 어쩌랴. 답 없는 답에 나의 답을 찾으련다. 해 뜨는 소리와 노을 지는 소리를 태평양에 풀어 한 조각 수채화를 그려내야겠다.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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