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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사랑이 먼저다

CNN의 간판스타 앤더슨 쿠퍼는 말이 없었다. 2018년 방한한 그를 한 파티에서 만났을 때, 그는 예의는 바르지만 수줍은 소년 같았다. 날 선 질문으로 대통령 후보를 몰아붙이고,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피 흘리는 아이를 구출하던 현장기자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호탕한 무용담을 기대했던 이들은 다소 실망. 하지만 지난달 31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새해 전야제 쇼를 진행하는 그를 보며 궁금증이 풀렸다. 쿠퍼는 “열 살 때, 새해 전야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다”며 “사람들이 파티하고 환호하는 걸 보면서 나는 공포에 떨었다”고 털어놨다. 일종의 파티 트라우마가 있었던 거다. 그래,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 덮어놓고 나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혼자 결론 내리면 오해의 덫에 갇히기 십상.

2020년이 힘들었던 게 코로나19 때문만일까. 침방울 하나로도 옮는 바이러스 때문에 5일 현재 전 세계에서 180만 명(한국 1007명) 넘는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삶이란 얼마나 덧없는지. 하지만 또 그래서 얼마나 소중한지 팬데믹은 가르쳐줬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해를 서로를 가열차게 미워하는 데 소진했다. ‘사람이 먼저’라며 집권했던 정권이 특정 사람만 먼저 챙겼고, 이에 분노 또는 환호하며 국가공동체가 반으로 뚝 쪼개졌다.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짧은 인생을 내 편 네 편 가르기에 빠져 낭비했다니 억울하기가 그지없지 않은가.

2021년은 다르면 좋겠다. 증오의 악다구니 악순환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해 노력해보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플라톤의 격언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20세기 초 영국의 작가 이언 맥클라렌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들은 누구나, 당신은 짐작도 못 할 나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니 타인에게 친절해지자. 언제나.”

언젠가 우린 마스크 없이 외출도 못 했던 시절은 까맣게 잊고 만원 출퇴근 대중교통 안에서 “재택근무가 좋았어”라고 한숨 쉴지 모른다. 노래방에선 서비스 10분도 안 주냐고 사장님을 원망할 것이고, 이코노미석에 앉아선 옆자리 승객 때문에 짜증이 나고, 기사엔 각종 욕설이 버무려진 악플이 난무할 것이다. 하지만 노래방 사장님도, 옆자리 승객도 나름의 전쟁을 겪어내고 있다는 것,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앤더슨 쿠퍼는 새해 전야제 방송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많은 이들이 지금 홀로 외로워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억해주세요.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있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며 보듬는 한 해가 오기를 바랍니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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