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그 영화 이 장면] 화양연화

왕자웨이의 ‘화양연화’(2000). 이 영화는 왕자웨이가 ‘시간의 시인’이었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한다. 1960년대 홍콩을 중심으로 싱가포르와 캄보디아까지 아우르는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런 이유일까? 이 영화엔 시계의 이미지가 매우 과장된 모습으로 상징처럼 등장한다. 특히 수리첸(장만위)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커다란 시계는,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마치 “이 영화의 주제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왕자웨이가 시간에 집착했던 건 처음이 아니다. ‘아비정전’(1990)에서 아비(장궈룽)는 수리첸(장만위)에게 1분 동안 함께 시계를 보자고 한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 동안 함께 했어. 난 잊지 않을 거야.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여기서 그들은 모두 어떤 ‘순간’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후 기억하게 될 ‘기억’의 대상이며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왕자웨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시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그렇게 시간에 저항한다. 그런 점에서 ‘화양연화’는 과거를 가장 아련하면서도 마술처럼 떠올리는 영화인 셈이다.


김형석 / 영화평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