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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에서 내게 스타는 축시를 낭독한 22세의 젊은 흑인 여성시인 ‘아만다 고먼’이었다.

고먼은 대통령 취임식 백미인 축시를 읽은 역대 다섯명의 시인 중 ‘최연소 시인’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가 처음 낭독된 것은 1961년 1월 20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이었다고 한다. 그때 초청된 시인은 만 86세의 노(老)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취임식에 초청된 최초의 흑인 시인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첫 취임식의 마야 안젤루(당시 65세)이다. 마야 안젤루는 언젠가 몬태나 주립대에서 연설할 때 가서 만난 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22살의 고먼이 프라다 노란 코트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등장했을 땐 마치 마법의 성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이목구비가 나이보다 훨씬 앳돼 보이는 고먼은 얼굴도 귀여웠을뿐더러 목소리 또한 듣기 좋았다. 그 목소리로 그녀는 넘치는 감성과 풍부한 연출로 자신의 시 낭독을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고먼의 스펙은 나이를 뛰어넘는다. 16살이던 2014년, 최초 LA 청년 계관시인이 되었고, 3년 뒤인 2017년에는 의회도서관이 임명하는 최초 전국 청년 계관시인이 됐다. 그리고 3년 만에 대통령 취임식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란 축시를 낭독하는 최연소 시인이 된 것이다.

고먼이 초청된 이유는 대통령 부인이 된 질 여사가 좋아하는 시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인종차별, 페미니즘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흑인 여성 시인이란 점,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 발표한 ‘여기에서(In this place)’란 시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벌인 샬러츠빌 폭동을 규탄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유예제도(DACA) 폐지를 비판했던 일들도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대통령 바이든처럼 어렸을 때 언어장애가 있어서 그 극복의 방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소녀가 이렇게 성숙한 세계관과 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이 시대 젊은이의 대표시인이 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통령 카멀라 데비 해리스도 내게는 신세계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유색인종 출신 부통령이란 점이 그렇다.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의 벽을 이미 무너뜨리긴 했으나 여성으로서 부통령에 당선된 것이 범상한 일은 아니다. 이미 여성 총리도 있고, 여성대통령도 있으나 막강한 미국 부통령이란 직책의 무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새삼 바이든 용병술에 긍정의 무게 추가 올라간다.

물론 조셉 바이든 새 대통령 역시 취임사를 통해 단합과 통합으로 코로나 사태, 경제위기,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는 동시에 세계에선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선도적 역할로 복귀할 것이라고 선언해 박수를 받았다.

고먼은 우리의 현실을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올라야 할 언덕은 우리가 생명이 있는 한, 늘 존재해왔고,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인류는 늘 그 언덕을 정복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22살의 고먼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그 치유법을 제시해주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통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화합과 여성의 역할 확대도 우리에겐 모두 희망의 메시지다. 이제는 치유의 시간, 고통과 상처는 던져버리고 힘차게 언덕을 오를 일이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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