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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시대 한국의 ‘안미경중’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는 앞으로 국제질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어떻게 달라질지, 미·중 갈등이 완화될지 주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미·중 갈등으로 미·중 양국은 물론 더 크게는 서방세계와 중국의 분리 현상으로 급기야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 다른 나라들은 누구와 연대할지 선택해야 하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물론 하나를 선택할 경우 각국의 가치와 안보, 경제 환경, 그리고 지정학 등을 두루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복잡한 한반도 문제까지 고려하면 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이른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패러다임’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시각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다소 완화될지라도 양국 간 전략적 경쟁은 더 심화할 것이다. 미·중 갈등은 구조적인 문제라서 중국을 지금 견제하지 않으면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상실될지 모른다고 미국이 느끼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관대한 정책으로 중국의 팽창을 방조했다는 비난과 자책감을 동시에 느끼는 민주당 지도부는 중국을 과거보다 더욱 원칙에 따라 대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원칙에 입각한 국제 질서 등을 내세우면서 동맹 및 우방국들과 반중 연대를 구축한다면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바이든의 미국을 대하기 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압박이 미국의 초조함을 반영한 것이고,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장기전을 펼칠 태세다.

패권 쟁탈의 성격을 띤 미·중 경쟁은 앞으로 경제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첨단기술 분야에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중국 국유기업인 화웨이를 5G 통신망에서 퇴출하고 6G 망은 중국보다 앞서 개발하려는 것을 보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미·중 분리는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한국 기업들은 ICT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의 표준과 장비를 채택해야지, 양쪽 모두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안미경중이라는 공식이 계속 유효하려면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사드 사태나 호주와 중국 갈등에서 중국이 가하는 경제적 보복을 보면 중국은 정경 분리를 대놓고 무시한다. 오히려 중국의 의지를 관철하는 보복 수단으로 경제관계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1월초 중국이 ‘역외 법률 적용 기업 제재법’을 제정해 한국 기업들이 더 힘들게 됐다.

경제번영 네트워크(EPN)와 청정경로(Clean Path) 구상에서 보듯이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과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한국에 강하게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오면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든지, 아니면 배제되든지 둘 중 하나의 경우에 맞닥뜨릴 것이다. 중간의 회색지대에 있을 수는 없다.

물론 한국에 최상의 상황은 미·중 갈등이 완화되고 예전과 같은 국제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 대비책을 세울 때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냉정한 현실 분석에 기반을 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손에 쥔 것을 버리지 않는 한 더 큰 것을 잡을 수 없다는 점도 새길 필요가 있다.


이백순 / 전 호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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