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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김준철의 ‘끄덕끄덕’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기 모습을 노출하며 산다. 그런 매체들이 단순히 거대한 회사에 속해있거나 많은 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만든 방송조차 수십만 명이 동 시간대에 듣고 보고 즐기고 공감을 나누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는 앞으로 이 지면이라는 공간에서 작품을 공유하고 시작 노트와 함께 나와 우리의 일상을 나눠보려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라면 개인적일 수 있는 글이 독자와 작가로 구별되기보다는 경험을 나누고 공유한다는 쪽에초점을 맞추고 싶다. 때로는 글 쓰는 작법을, 때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때로는 삶의 혼란스러운 문제를, 때로는 조금은 소소한 사랑 이야기를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코너 명칭을 ‘끄덕끄덕’이라고 붙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굴곡을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자는 뜻이다. 끄덕임은 단순히 긍정이나 수긍의 의미뿐 아니라 위로와 배려 같은 감정도 포함된 것이다.



끄덕끄덕



김준철

길 건너, 노란
파라솔파라솔파라솔파라솔파라솔
갸웃
휘청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노래한다

창문에창문에창문에창문에창문에
삐죽 고개를 내민다
바람이바람이바람이바람이바람이
토닥이며 지나간다
이제는이제는이제는이제는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지나가는 바람에 머리칼이 끄덕인다

괜찮은 것 같다고
안 아플 것 같다고
그렇게 버틸 수 있다고
그런 것 같다고

끄덕인다


큰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작은 커피숍 페티오에 앉아있다. 햇볕은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거리는 한산하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 사이에서 가끔 우린 이런 일상을 마주하며 흠칫 놀라게 된다. 왁자지껄 우왕좌왕 경황없는 중에 마주하는 평온한 순간, 그 시간은 캡처되듯 멈춘다.

바람이 흔드는 파라솔이나 옆집 창가를 기웃대는 나뭇가지들이 그 어떤 삶의 역경보다 확대되어 들어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 모두가 성을 내고 있다. 가시를 세우고 미간에 힘을 주고 어깨를 잔뜩 올린 채 머리부터 들이댄다. 숨 막히는 삶이다.
말 한마디가 곱게 나오지 않는다. 상처 입고 비틀거리며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 들고 다시 앉는다. 커피 한 잔의 여유조차 짐짓 얼음판을 걷는 가족들에게 죄스럽고 미안하다.

천사의 도시에 엷은 바람이 스치듯 지나간다. 머리카락이 날리고 선선한 기운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을 이완시킨다.
바람이 위로하는 것 같다. 지금의 상처를, 과거의 아픔을, 살아온 역경을 토닥인다. 괜찮다고, 기운 내라고, 할 수 있다고. 그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은 삶의 자리에서 그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했던 응원이 들려온다.

미소를 지으며 바람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 자신에게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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