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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꿈 같은 날- 인생

물빛 하늘에 솜사탕 같은 흰구름이 흐르고 겨울을 난 나무들은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부드러운 회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봄은 다시 오건만 일년 사이로 세상이 변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승과 저승의 벽 뒤로 숨겨진 후의 아슬함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이 온 지구상에 포진되어 있음을 기억해야만 하는 봄이다. 아직 서걱이는 얼음조각이 섞여있는 땅을 뚫고 올라오는 크로커스, 바람꽃, 히야신스…. 물에 담아 피워 올린 수선화 몇송이만으로도 화려하고 화사해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타 주에 사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외로움으로, 상처로, 절망으로,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내비치며 살 소망이 가능할지를 타진해 왔다. 20대 봄철의 나이에 만년설 덮힌 외로운 산등성이처럼 외로움에 갇힌 채 무채색의 시야에 무감각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삶. 낮과 밤이 끊임없이 교차되듯이 순식간에 지나쳐가는 것이 생임을 인정하기에는 자기 자신 한 몸도 벅차보였다. 낮은 존재감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자신의 무게가 태산처럼 인식될 때의 버거움이다.

산속 바위 사이에서 잠을 자며 오십여년을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의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의 그는 석고상처럼 깡마르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밤이 오면 등잔불이나 촛불 하나도 없이 캄캄한 바위 틈새에 몸을 끼우고 바위에 머리를 대고 추위를 견디며 잠을 자고 겨울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끼니를 거른 채 겨울잠을 잔다고 했다. 부모의 이혼 후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십대의 나이에 살던 동네를 떠나 근처 산속으로 들어가서 바위틈에 몸을 의지한 채 살아왔다는 고백이었다.

세상과 무관하게 홀로 산에서 살아가는 그가 무섭다고 한 대상은 놀랍게도 산짐승도 낯선 과객도 아니고 그의 부모였다. 정신교육이나 인격이 이루어지는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는 가정이다. 그 다음이 학교 교육, 그 다음이 사회다. 성격은 유년시절의 가정교육과 주변사람들이 보여주는 본보기에 의해 결정되고 육체적 건강과 기질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인생은 각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내용에 따라 별세계처럼 저마다 다르게 형성되고 유한기간이 차면 유성처럼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바탕 꿈처럼 지나간다.



주나라 땅에 윤씨라는 부자가 살았다. 그는 하인들을 새벽부터 밤까지 혹사시키는 사람이었다. 그 부자는 재산을 강도 당하거나 잃게 될까 봐 늘 불안해 했다. 대인관계에서도 의심이 많아 스트레스성 신경쇠약에 걸렸다. 밤에는 꿈속에서 남의 집 하인이 되어 중노동을 하고 때론 몽둥이로 맞는 악몽을 매일 꾸었다. 한편, 그 집에서 노인이 된 하인 한 명은 낮에 심한 노동을 한 탓에 밤이면 기진맥진해서 잠을 잤다. 그는 꿈만 꾸면 왕이 되어 안락하게 살면서 나라를 지배했지만 잠이 깨면 하인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꿈 얘기를 들은 한 측근이 노인을 위로하자 노인은 한 평생 사는 동안 낮과 밤이 각각 절반인데 낮에는 하인이지만 밤에는 왕이 되는 즐거움이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또 부자 윤 씨가 친구에게 자기 사정을 논의하자 그 친구 왈, 고락이 서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으로 대자연의 섭리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고 내일 또 하루를 맞고 나면 꽃망울 좀 더 벙글어지는 봄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여일하게 그렇게 시간이 가면 꿈인듯 돌아보는 기억 속에 삶이 농축되어 담기고, 더 이상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아직 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기뻐하고, 감사하며, 사랑을 나누는 삶이 되기를.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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