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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3분의 명상

샤워를 끝내고 나오기 직전에 샤워헤드를 목 뒤에 댄다. 뜨거운 물이 목 뒤를 흘러 전신에 퍼진다. 행복이 퍼진다. 행복한 느낌이 하루의 피로를 발끝으로 밀어낸다. 뼛속까지 행복하다. 3분간의 명상! 나만의 시간, 나만의 행복, 요즈음 내 안의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뿌듯한 행복이다.

불과 며칠 전 일이다.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샤워장에 몸을 던졌다. 하루의 피로, 긴장, 초조, 갈등이 발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주문을 외웠다. “행복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그러자 푸른 안개가 자욱이 피어올라 내 몸을 감쌌다.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머무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는 파우스트의 주문이 떠올랐다. 눈을 감고 전신을 감싸고 있는 행복한 느낌에 취해 꿈을 꾼다. 참회하는 여인 그레트헨의 외침 “-저분은 낡은 껍질을 벗으시고 지상의 기반을 깨끗이 끊으셨습니다. 새로 입은 영기 어린 옷자락에서 젊은 기운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햇빛에 눈이 부십니다.” 갑자기 눈이 부셔 손을 들어 눈을 가리려 하자 손에 샤워헤드가 쥐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3분간의 명상이었다. 행복이 바로 내 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겪고 난 후 3분의 명상을 나는 기다린다. 매일! 감성은 인생의 아름다운 시다. 물질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없어도 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신선한 자극에 나는 감사드린다. 나에게는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평소에 운동을 싫어했고 관심도 없었다.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온종일 바쁘기 때문에 운동량이 충분하다고 믿었고 따로 운동할 생각은 아예 없었다. 나이 50이 되었을 때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받고 다녔지만 남의 손을 빌려 받는 치료는 그 순간뿐이었다. 지인으로부터 요가를 소개받았다. 그때가 2002년 10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운동은 나에게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 식사는 걸러도 운동을 거르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아무리 고귀한 영혼이라도 그 영혼이 담길 그릇은 오직 육신뿐이라는 것을!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오직 운동에만 전념한다. 철저한 자기애적인 시간이다. 과일이 핵을 갖고 있듯이 사람은 자기애를 가장 심연에 갖고 있어야 한다. 제안의 심연에서 발화하는 한 줄기의 빛이 창작의 기운을 자극한다. 자기애는 모든 창작의 밭이다. 운동은 건강한 육신을 유지해주고 3분간의 명상은 건강한 정신을 유지해준다. 괴테의 문학은 “베일로 덮인 빛 속의 내부 공간”을 향한다. 그리고 이 빛은 “가지각색의 조각들 속에서 굴절된다.” 숨김은 미의 본질이다. 베일에 싸여있을 때 대상은 아름답다. 베일이 벗겨지면 그 대상은 보잘것없게 된다. 아름다운 존재란 근본적으로 은폐된 존재다.



미는 직접적인 감정이입으로 직관을 개입하여 예술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려 한다. 하지만 예술품은 결코 폭로될 수도 파악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예술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작품을 감상하는 자에 의해서 인식되는 만큼의 가치가 있다. 벗길 수 없음이 미의 본질이다. 자연의 이치는 곧 수학과 과학의 이치이지만 예술작품의 가치평가에는 기준도 정답도 없다. 끊임없는 창작의 발화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자기애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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