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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엄마의 봄나들이(Spring Outing)!

봄바람은 엄마의 마음도 움직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약 2년간 집콕을 해왔던 아내는 백신을 맞고 난 후 봄나들이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어느 날은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방에 들어가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메릴랜드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해서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공원에 가자, 시애틀에 사는 남동생 집에 가자는 등등 제안을 한다. 아직도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은 미덥지 않아서 운전해서 가는 것으로 마음을 정한다. 메릴랜드 오션시티에서 4개월째 일하고 있는 딸아이와 워싱턴DC 근교에 사는 동생 집을 방문하기로 정하고 봄나들이 준비를 한다.

쌀·떡국 떡·갈비·족발·사골곰탕·면발 등 잡채 만들 재료들을 사서 모으고, 온갖 반찬거리를 준비한다. 약밥과 육개장, 바나나 빵을 만들고 김치·김·물김치·깻잎 김치·젓갈을 따로 싼다. 어리굴젓과 멸치는 딸이 좋아하고, 떡국은 사위가, 오징어채는 손자가 좋아한다고 하며 보따리 보따리 싼다. 나는 차에 골프백도 싣고, 옷 가방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을 어디다 다 실을 수 있는가 불평하지만 듣는 척도 안 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을 내 상상력으로 가늠하기가 역부족이다. 지방 도시에 가면 그곳 좋은 식당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면 되는 일을 마다하고 이렇게 바리바리 음식을 준비해서 싸가는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사랑하는 딸과 손주 사위 그리고 동생 식구들을 먹이고 싶은 마음뿐이다.

뉴욕에서 오션시티까지는 5시간 반이 족히 걸린다. 뉴저지 턴파이크 남단에 오니 봄이 더 빠르게 오고 있다. 간혹 하얀 배꽃들이 보이더니 이제는 길가의 큰 나무들 가지에 연초록색이 피어오른다. 델라웨어주에 들어서니 봄이 찾아온 지 2주는 된 것 같다. 수선화·튤립·개나리 들이 활짝 피었다. 사방으로는 온통 확 터진 벌판이다. 푸른 하늘 아래 눈에 들어오는 높은 산은 아예 볼 수도 없다. 미동부에서 로드아일랜드와 함께 아주 작은 주에 속하는 델라웨어 주가 이렇게 평지로만 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직은 농작물을 심기에는 이른 철이라 농부들이 들에 없지만, 농기구를 파는 상점 앞에는 많은 농기구가 진열되어 있다. 넓은 들에는 물을 주는 가설물들이 팔을 쭉쭉 펴고 서 있다. 잔디도 키우고 말과 소 그리고 닭들의 먹이로 옥수수와 꽁작물을 기르는 농토라 한다.

델라웨어 반도를 남쪽으로 계속해서 내려가니 메릴랜드주로 바뀐다. 물이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GPS가 인도하는 대로 오션시티 들어가는 긴 다리를 건넨다. 다리에서 보이는 시가지는 이탈리아 여행 때 베네치아에 들어가는 기분과 똑 같다. 도시가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네니 도시는 모래사장 위에 단단하게 세워져 있다. 대서양은 저녁노을을 드리우며 잠잠히 가라앉고 있다. 서쪽 하늘은 불그스레하게 물들고 있다. 도어 벨을 누르자 아이들이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치며 뛰어나온다. 차에서 짐을 꺼내 집으로 들이는데 큰 쇼핑카트로 세 번이나 옮겨야 했다. 보따리를 풀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대서양 중천에 뜬 밝은 보름달도 우리 식구가 모여 있는 거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바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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