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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라운지] 능라도 경기장

능라도(綾羅島)는 평양을 가로질러 흐르는 대동강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다. 서울 한강 여의도 같은. 능라는 대동강변에 휘늘어진 능수버들이 마치 맑은 물 위에 비단(綾)을 풀어 놓은 듯(羅)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북한 평양 시민들의 최대 휴양지가 되어 있다.

능라도는 세계 최대 경기장으로도 유명하다. 1989년 평양 세계청년축전에 즈음해 완공된 '능라도 5·1 경기장'이 그것이다(5월 1일은 노동절이다). 15만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는 이곳은 한국이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에 자극받아 지었다고 한다. 1989년 평양축전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당시 의장이 지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가 파견한 대학생 임수경 양이 15만 북한 군중의 열화같은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던 곳이기도 해서 우리에겐 더 기억에 남아있다.

29년 뒤,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북한 군중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 속에 다시 능라도 경기장에 섰다. 뿐만 아니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연설까지 했다.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 연설 장면을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심지어 눈시울까지 붉혔다는 이도 있었다. 한반도가 진정 핵 위협 없고 전쟁 공포 없는 평화의 땅이 되길 염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당장 전쟁이라도 터질 듯한 살벌한 분위기에 가슴 졸였던 게 불과 1년 전이었음을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크나 큰 진전이다.



지난 70년이 남북한 모두에게 고통의 가시밭길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평탄한 비단길만 활짝 펼쳐지길 함께 기원하자. '능라'라는 말도 바로 그런 뜻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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