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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 재개에 담긴 의미

도태환 칼럼

파주가 고향이라는 한 후배는 “그 고향에 제 땅 한 평 없다”고 했다. 그 후배에게는 별 감흥이 없겠으나 남과 북이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지금 ‘파주지세’가 더 힘을 얻을 참이다. 내가 아는 시카고 한인들 중에는 아파트를 비롯해 한국내 부동산 소유자가 꽤 있다. 파주에 이미 투자한 발 빠른 이도 있을 법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화두는 ‘평화가 경제’란 거였다. 당장이 중요한 청년실업자들이 솔깃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주만 보자면 평화가 경제인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경의선, 경원선을 남북으로 잇는 공사가 올해 안에 착공되는 등 다양한 경제협력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당연히 포함된다. 시간이 없는 이산가족 문제는 서둘러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다. 군사 적대행위 중단 합의가 이루어졌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른바 9월 평양공동선언이다. 직전 송영무 국방장관과 북한의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부록이다.



19일 밤(한국은 20일 낮) 그 역사적인 순간을 TV로 보면서 박수를 쳐야 할 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청와대 수석이 “실질적 종전선언”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이 빠졌다. ‘우리 민족끼리’의 낭만적 구호는 가슴 뛰게 하지만 유구한 역사 중 단 한번이라도 한반도 내에서 해법을 찾은 적이 있던가 자문해 봐야 한다.

남북한 관계 개선의 놀라울 만한 합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시각이 엄존한다. 우선 과거의 경험이다. 중학생 시절 7.4 남북공동성명 발표가 있었다. 통일의 3대 원칙, 자주적이고 평화적이며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넘어서 하나의 민족으로서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북한 대치 역사는 합의와 도발의 반복이었다. 재가동, 재개란 표현에 그 역사가 담겨 있다.

한국정부가 공동선언과 관련해 미국과 사전조율이 있었는지 관심사다. 어차피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아젠다고 한국은 디딤돌 하나를 놓은 역할을 하는 거라면 이번 선언은 의미가 있다.

경제협력 문제는 다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한 사실을 두고도 경제 제재에 위배되는 사안인지를 따지는 판에 연내 철도 연결을 포함한 경제협력을 합의했다. 미국 주도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업자로 나서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역주행일 수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핵을 포함한 남북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쥐고 가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적 주장이다. 국제 역학상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택시기사라면 갈 방향은 손님이 정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분명 자가 운전 쪽이다. 핸들을 잡고 있어야만 미국이 쥐고 있는 카드의 쓰임새를 어느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다. 수많은 개인적 내우에 휩싸여 있는 트럼프가 돌파구를 밖에서 찾으려 하는 이상 그 역할론은 가능하다.

불안한 건 우리나 미국이 아니라 여전히 북한이다. 인민무력상 노광철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제대로 펼치지 못해 시간을 끌자 뒤에 서있던 김정은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김정은에게 한 소리 듣겠구나, 혼 좀 나겠구나 싶었다. 파주 땅값이 안정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아직 많다.


도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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