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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칼럼] 홀리 김 당선의 의미

수천 달러와 수만 달러의 싸움, 현역에 도전하는 정치 풋내기에 소수 중 소수인 아시안계 여성. 출마한 곳은 백인 인구가 75%가 넘는 레이크카운티다. 가구당 중간 소득 수준이 9만 달러 이상이고 정치성향은 공화당 쪽이 강하다. 이곳이 홀리 김의 싸움터였다. 아시안계 6.3%, 히스패닉계로 분류되는 인구 약 20%가 스패니쉬를 전공한 홀리 김이 표면상으로 기댈 수 있는 전부였다.

지난해 4월 격전을 치른 먼덜라인 시장 선거는 유권자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못한다. 재검표 끝에 5표차로 낙선한 당시의 선거는 두 후보 표를 모두 합해도 5000표도 안 되는 규모였다. 레이크카운티 재무관 선거에서 홀리 김은 13만여 표를 얻었다. 상대 후보는 11만여 표.

재무관실의 주요업무는 카운티의 재산세 관리다. 상대 후보는 이런 중요한 일을 경험 없는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풍부한 자금으로 TV 등 전파 매체에 광고도 계속 실었다. 홀리 김은 선거 막바지 민주당에서 약간의 지원을 해줘 한 케이블 채널에 겨우 광고를 실었다고 한다.

홀리 김의 아버지 김영수씨는 “맨땅에 헤딩한 것”이라고 익살스런 표현을 했다. 그에게도 무모해 보였나 보다. 그러나 그는 딸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면서 “그렇구나” 했다고 한다. 딸은 정치를 위해 지역 봉사부터 했다. 먼덜라인의 크고 작은 이벤트에 참여, 자원봉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얼굴을 익혔다.



이번 선거는 어땠을까. 캠페인 중 출산한, 이제 5개월 된 갓난 아기까지 4자녀의 어머니인 그녀는 버논힐스 타운십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 선거운동을 했다. 새벽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 기차역에 나갔고 주말이면 교회와 가가호호를 방문했다.

“딸아이가 어떤 광고보다 지역 교회에 인사 가는 게 더 낫다고 하더라구요.”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결국 발로 뛰면서 주민들을 직접 만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온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한인은 일리노이주 상, 하원을 포함해 모두 4명이다. 그래서 사실 한인사회의 지원이 분산되었다. 게다가 주 상, 하원 도전은 다분히 출마에 의미를 두는 성격이 강했다. 공화당 예비선거 경선이 없는, 달리 말해 민주당 후보가 강세인 지역구여서 한인에게 차례가 돌아 왔다고도 할 수 있었다.

홀리 김의 경우는 이들과는 달랐다. 위에 언급했듯 지역사회에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수년 전 캘리포니아 어바인 시장을 지낸 강석희씨는 당시 “거의 모든 집을 방문했던 것 같다”고 했다. 운동화를 신고 벨을 누르면 웬 낯선 아시안이 문 밖에 서 있다. 처음엔 경계하고 이상하게 보지만 그 노력이 유권자를 감동시킨다고 그는 믿었다.

한인 조기투표가 있던 날 주 하원 17지구의 이국진 후보는 투표장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쉽게 가는 이도 있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선거가 좋은 점은 자금이 넉넉한 ‘금수저’뿐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뜻이 강한 소수계에게도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억만장자 주지사 당선자 JB 프리츠커는 당선 연설에서 일리노이의 3번째 100년을 함께 맞이하자고 외쳤다. 함께? 그의 현란한 정치적 수사 보다는 홀리 김의 성취에서 우리의 미래를 읽고 싶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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