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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부러우면 지는 시대를 사는 법

페이스북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한국의 옛 직장 동기는 올해도 수십 포기 김장 사진을 올렸다. 여전히 워킹맘으로 남편 자식 건사하며 바쁘게 살면서도 그는 한국 각처의 귀한 재료들로 갖가지 김치를 담그고 때때로 남편 친구들을 초대해 손님상을 차려낸다. 일한다는 핑계로 삼시세끼 챙기기도 버거워하는 나는 그 바지런이 명백히 부럽다.

언론사의 한 선배는 최근 두툼한 인문 교양서 출간 소식을 조심스레 페북에 알려왔다. 축하 댓글을 올리며 부러움이 솟는다. 한 페친은 별 준비도 없이 치른 공인중개사 시험에 덜컥 붙었다며 부끄럽다 적었는데 내겐 부러움이다. 여왕처럼 근사한 생일 이벤트의 주인공이 된 지인의 함박 웃음도 부럽고 지난 쌩스기빙데이 연휴 내내 올려지는 근사한 터키 상차림과 환상적인 여행길의 페친 사진들도 한없이 부러웠다.

정답인지 아닌지 몰라도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그렇다면 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매일 매순간 맥없이 지고 또 진다. 심지어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매일 멤버들의 기도 제목을 꼼꼼히 나누는 다락방 식구의 부지런과 선한 마음에도 하염없이 부러운 패배를 맛본다. 도무지 이렇게 밥 먹고 숨 쉬듯 초고속 광역대로 지고 또 지면서 기엄기엄 살아도 사는 게 되는 걸까 싶다.

소셜 미디어의 네트워킹 파워와 정비례하여 부러움의 시공간이 무한 확장되는, 진정 극렬한 부러움의 시대다. 가까운 친지들과의 비교 문제가 아니다. 무심하려 해도 인터넷을 통해 대륙을 횡단하고 태평양을 대서양을 헤엄쳐 실시간 전송되는 타인의 행복, 명성, 성취와 소유의 융단 폭격이 인고의 정신 수양을 요구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캡처' 되어 골라 뽑혀진 빛나는 순간들은 나와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잘 다듬어지고 엄선된 행복의 단면이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어리석은 부러움의 감정은 제어 불가다.



심리학자들은 부러움을 '불공평한 관계의 산물' 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맛보는 고통스러운 감정인 셈이다.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것을 누군가는 갖고 있다는 불공평, 심지어 내가 갖지 못했음을 타인의 소유를 통해 비로소 깨달을 때의 고통은 힘겹다.

그렇다면 부러움은 진정 패배자의 자책이기만 한 것인가. 전문가들은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지만 그 부러움의 대상을 얻으려는 노력을 자극시켜 궁극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시키는 '선한 부러움'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친구가 화려하고 풍성한 김장 김치로 가족들에게 행복을 선물했을 그 저녁, 짠한 심정으로 내 가족들을 바라보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상에서 제일 쉬운 오이지 한 통, 돌멩이 올려두고 앉으며 생각했다. 김장 김치급 부러움이 옹색한 오이지 한 통으로 게으른 주부의 '지위를 개선' 시켰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매순간 찾아오는 부러움의 고통이 느슨한 일상을 조금은 가치있게 바꿔줄 이유로, 의지로 이어지면 간혹 '찬란한 고통'으로 업데이트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부러움의 시대를 살아내는 방법 하나다.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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